▲ 밥그릇이 둥근 까닭 그림=박지영  
 

밥그릇이 둥근 까닭



장옥관







그릇은 모두 둥글다



밥그릇이 둥글고

국그릇이 둥글다



둘러앉은 식탁은 각이 졌지만

접시가 둥글고

숟가락도 둥글다



옹기종기 둘러앉은 식구들

벙글벙글 웃음



그릇 닮은 웃음이 둥글다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문학동네, 2010)







<감상 노트>

코로나로 식구끼리도 마주앉기 두려운 때다. 힘든 시기를 뜨건 밥을 지어먹으며 이겨보는 건 어떨까. 그 옛날 우리 어머님들이 새벽마다 불을 때 지어주던 무쇠솥 밥, 그 뜨겁고 둥근 고봉밥을 먹고 고뿔이며 전염병을 물리친 밥심으로 이겨보는 거다. 건강을 챙기는 가족들의 안부가 끊이지 않는다. 눈만 빠끔 내놓은 마스크 간인사지만 서로의 염려로 그득하다. 둥근 밥그릇, 둥근 국그릇, 둥근 접시들, 둥근 숟가락이 수북 놓인 둥근 밥상을 식구들과 지기들에게 차려낼 날이 속히 오길 기도한다. 글=남은우·그림=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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