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예 자치행정부

지난 19일 울산 중구 일대에서 근무 중이던 기자는 오후 2시께 집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금 매캐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아마도 근처에서 큰 불이 난 것 같다"는 급박한 내용이었다. 이윽고 "주민들 전체 대피하라고 한다. 퇴근 후 남구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다시 왔다.

이날 오후 1시 51분께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에서 시작된 산불로 기자는 순식간에 ‘집을 버리고 어딘가로 피해야하는 신세’가 됐다. 집 인근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이윽고 강풍을 타고 집 앞산까지 빠른 속도로 확산, 예기치 못한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뉴스로만 접하던 대형 산불은 코 앞에서 꺼질 줄 모르고 있었다.

짐을 챙기려고 잠시 들린 집 일대는 그야말로 영화 속 재난 현장이 따로 없었다. 소방차, 경찰차 등 빨간 사이렌 불빛과 소리가 곳곳에서 났다. 친인척집 등으로 대피하기 위해 이웃들이 올라탄 차량들은 통제하에 집 밖을 빠져나갔다. 내 집이 집이 아닌 기분이었다. 남편 교대근무 퇴근을 기다리고 있던 아래층 아주머니는 딸과 함께 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기자는 당일 늦게까지 산불 관련 취재로 밤 11시가 다돼서야 남구 시내로 들어왔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지인들의 걱정스러운 안부 전화가 이어졌다. ‘재난을 당하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불은 발생 21시간만인 다음날 20일 오전 11시께 진화됐다.

3월 봄철을 맞아 울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봄 바람 불고 건조한 이때 발생하는 불은 더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초기 진압하지 못할 경우 메마른 나무 등을 태우며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불 조심에 있어 망설일 필요 없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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