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기만 한 어메니티 사전적 의미론 쾌적함 뜻해
잘 살고 있구나 느끼도록 지방자치단체는 노력 해야
정량적 목표 아닌 즐거움 주는 정책으로 방향 바꿔야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후 도시들의 주된 관심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었다. 다른 도시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거나 선진도시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여 나름의 도시가 가진 상대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그 간의 주된 정책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살고 싶은 도시”이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는 등식으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비단 틀린 말은 아니다. “살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인 만큼 도시 전체로 보아 인구를 확보하여 그 만큼 활발한 도시를 이룰 수 있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주민의 수요를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도시 활력과 생산성도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대부분은 두 부분, 즉 하드인프라스트럭처와 소프트인프라스트럭처를 기본으로 하여 “살고 싶은 도시”를 이루려고 노력해 온 듯한 느낌이다.

산업단지, 도로, 물리적 환경시설과 같은 기반시설로 대표되는 하드인프라스트럭처는 도시 전체의 동력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소프트인프라스트럭처는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도시에 매력을 입히는 요소로 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교육, 문화, 복지, 의료와 같은 삶의 환경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주민의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위한 운영체계도 포함된다. 이는 다른 용어로 사회·문화적 자본(socio-cultural capital)으로 설명되며 도시의 주요한 구성 요소로 간주되기도 한다.

결국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어메니티(amenity)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이 접하는 일상의 물건이나 환경, 사람끼리의 관계에서의 긍정적인 느낌들이 바로 어메니티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쾌적감”을 설명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어메니티는 “정의하기보다는 인식하는” 것이 쉽다는 말이 나온다. 어찌 보면 어메니티의 개념은 하드인프라스트럭처와 소프트인프라스트럭처의 조화를 달성할 수 있는 궁극의 용어이기도 하다. “위생·보건, 따뜻함, 빛, 맑은 공기, 아름다움, 친근성” 등의 모든 용어의 집합체인 것이다.

어메니티의 요소에는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에서부터 역사 인물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스펙트럼을 알맞게 조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주된 정책 추진 방향은 어메니티가 되었으면 한다. ‘살 만한’ 세상을 넘어서 ‘사는 기분’을 느끼도록 방향 설정하는 것이 어떨까?

어찌 보면 어메니티는 퍼즐과 같은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무슨 그림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난해하기만 해도 전체를 맞춰 놓고 보면 의미 있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나타난다.

전체를 조화롭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며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를 수량화시키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필요한 곳과 필요한 시기에 있는 것”이 어메니티에 초점을 두는 정책 방향의 가장 큰 목표로 삼으면 좋겠다.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생활하는 모든 것이 어메니티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적 목표를 정해놓고 정량적인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보다 사는 기분을 전해 주는 것을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삼으면 어떨까?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도시 생활. 오늘도 즐거웠다는 느낌. 다가올 내일에 대한 준비의 즐거움. 이런 것으로 1년의 즐거움을 느끼는 그런 도시 생활. 오늘 불편함이 없었고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없었으며 해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가까이에서 무탈하게 잘 이루어졌다고 주민이 생각하면 그것은 바로 정책이 잘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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