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대숲 카메라 통한 철새관찰
백로류 중 가장 큰 왜가리 알 포착
다시 알 품을 후손으로 자라주기를

 

윤 석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주무관

지난 2월 26경, 왜가리 한 쌍이 태화강 대나무 맨 꼭대기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기 시작, 1주일동안 4개 의 알을 낳았다. 암컷은 어렵게 낳은 알을 정성껏 품고 있어 첫 부화모습을 기대했으나 2주일 지날 즈음 해가 뜨자마자, 알을 하나씩 부리로 툭툭 치더니 4개 알을 동서남북으로 모두 밀어 떨어뜨려 버리는 사고(?)발생. 부부새는 빈 둥지 위에 우두커니 있을 뿐.

# 빈 둥지 사건 다음 날, 알 4개를 열심히 품고 있는 왜가리 발견. 암컷이 꼼짝 않고 알 품기에 열중했다. 태풍급 바람이 분다고 했던 3월 19일, 웅촌 대형 산불 난 그날, 대나무숲 위로 분 바람은 대나무들을 디스코 팡팡 놀이기구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됐고 바람은 산불이 꺼지면서 함께 잠잠해졌다. 햇살도 좋은 날 아침, 알 품고 있던 둥지는 흔적도 없고 왜가리는 무엇인가 찾는 듯 서성이고 있을 뿐.

# 3월 21일 왜가리들은 또 다른 짝을 만나 둥지를 틀려고 하는지 둥지 재료를 문 왜가리들이 줄을 서서 날아가고 있는 바쁜 모습이 포착되고 난 후인 23일 오전 카메라를 돌리던 중, 두 개 알을 품고 있는 왜가리 발견.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알을 정성껏 품고 있어 다행일 뿐.
 

태화강 철새관찰을 위해 대숲 위에 설치해 놓은 관찰카메라 통해 그들이 맺은 결실들이 안전하게 태어나고 자라기만을 바라고 있다.
왜가리는 태화강에서 번식하는 백로류 중 가장 큰 새다. 여름 철새지만 유독 남쪽으로 안 가고 겨울을 태화강에서 보내는 녀석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큰 녀석은 1m 정도 되고 머리 위가 검고 꽁지머리 2∼3가닥이 태화강 골목대장 같은 느낌이다. 필자만 느끼는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동물 세계는 덩치가 크면 모든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든 생각이다.

왜가리는 알을 낳으면 대략 25~28일을 품어 알들이 무사히 깨고 나오도록 어미는 모성애를 발휘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런데 2월 말 처음 알을 낳은 왜가리는 왜 자기 알을 부리로 밀어 떨어뜨린 것일까? 조류전문가들은 ‘암컷이 처음 알을 품는 초보 엄마 새’라고 한목소리로 설명해 준다. 또 백로류는 몸집 크기에 따라 둥지 위치가 다르다. 왜가리같이 큰 녀석들은 제일 높은 곳, 앞이 트인 곳에 둥지를 만들어 놓는다. 그 아래로 중대백로들이 짓고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는 나무숲 속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둥지를 만든다고 한다. 맨 꼭대기에 둥지를 틀다 보니 태풍급 봄바람에 추풍낙엽처럼 둥지가 떨어져 날아가 버리는 결과를 낳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들의 번식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일본 까마귀 전문가가 쓴 까마귀 책(마츠바라 하지메)에서도 큰부리까마귀가 3살 때부터 수명이 다하는 20년 동안 낳는 알이 72개라고 한다. 그중 2개만 부화에 성공한다고 한다. 이처럼 어려운 번식 과정을 겪고 알에서 깨어날 새는 더욱 강력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였으면 하는 것은 사람이나 새나 같다고 본다.

알 낳기까지 수컷과 암컷이 만나기까지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싸우면서 짝짓기를 한다. 새 중에는 일부일처제가 있고 일처다부제가 있다. 그중 일처이부제가 번식에 유리하다고 한다. 암컷 새 중에는 여러 수컷에게 교미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새들이 자기 난자에 보험을 들어 놓는 셈이다. 여러 번 교미가 되는 것이 인간 정자는 24시간이 수명이지만 파충류는 3개월이고 조류는 2주라고 한다. 첫 교미에서 수정이 안 되더라도 여러 수컷으로부터 받은 정자로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교미를 통해 포식자 눈에도 띄고 감염병 우려가 있음에도 강한 후손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전투를 치르는 셈이다. 어렵게 낳은 알들이 연달아 실패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생겼다.

물론 매번 낳은 알마다 부화에 성공하면 더 큰 문제가 되지만 이른 봄 품고 있는 알 중 몇 개라도 부화해 태화강 물고기를 먹고 자라 스스로 물고기를 사냥하고 다시 알을 품을 수 있는 후손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왜가리에게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