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초고속 경제 성장 이뤘고
진단 키트 선 준비·드라이브 스루로 또 하나의 결실 만들어
한국 고유 관습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만큼 장점 극대화해야

 

정용욱 울산 동구의회 의장

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표현한 사례들이 있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계속 뒤적인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른다’ ‘자판기 컵을 잡고 음료가 나오길 기다린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이 빨리 뜨지 않으면 화가 난다’, ‘식당에서 음식을 빨리 달라며 재촉한다’, ‘음식점에서 계산할 때 주인이 서명을 대신해준다’ 등이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배우는 단어들 가운데 ‘빨리빨리’가 꼭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의 일상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과 관련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모든 것이 황폐화 되었던 한국은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 구조도 1차 중심에서 2차와 3차 중심으로 변화해 단기간에 후진국 형에서 선진국 형으로 도약했다. 잘 살아보겠노라 바삐 뛰어다니던 절박함이 유전자처럼 굳어졌고, 그 결과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고, 전 세계적으로 소비위축, 교역차질,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세계가 패닉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신속하게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빛나고 있다. 미국CNN, 영국 BBC 등 전세계 언론은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능력, 선진 의료시스템 등 한국의 방역 체계를 극찬하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치인들은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부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의 한 기업은 3주 만에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만들었다. 한국에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시기부터 준비에 돌입했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개발 시간을 크게 줄였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개발 작업이 이뤄졌고, 일반적으로 1년 반 정도 걸리는 보건당국의 승인 절차도 1주만에 마무리됐다. 그 결과 바이러스와 싸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공격적인 검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또 우리가 가장 먼저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선별진료소가 있다. 환자들이 차에 탄 채로 창문을 통해 문진·발열체크·검체 채취를 받는 방식으로 의료진과 환자 간 접촉을 최소화해 전파 위험을 줄이고 검사 시간도 1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시켰다. 안정성과 신속성을 검증받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방식은 주요 국가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 영국과 독일, 벨기에, 덴마크, 호주 등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우리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감염을 막는 속도도 세계 최고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본부는 정부 기관 간 시스템 연계를 토대로 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을 개발, 10분 만에 확진자 동선 확인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통신사를 통한 위치 정보, 신용카드 사용 정보, 유선, 방문 등의 방식을 통해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는 데 2시간에서 7시간가량이 걸렸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단기적인 성과주의로 이어지다 보니 정부, 기업 등에서 정확한 준비 없이 이뤄진 사업들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각종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가진 초고효율, 초고속이라는 장점이 확인됐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빨리빨리 문화는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세계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요즘 아이들부터 젊은 세대들은 이 디지털 시대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만큼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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