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28년 만에 개정·시행
도급인·발주자 책임 강화…종사자 보호
산재예방 거버넌스 강화 노사협력 구축

김종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28년 만에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화두를 던진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정부의 산재 사망사고 감소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4대 주력 제조업종에서 원청과 협력업체가 긴밀한 생태계를 맺고 있는 산업수도 울산은 이번 법 개정 취지를 우리 지역에서 더욱 잘 구현하여 좋은 일터 만들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위험의 외주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급인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작업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내 하도급을 금지했고, 도급인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진 장소, 시설, 장비 등까지 산재예방 책임을 확대했으며(기존에는 22개 위험장소에 한정),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경우 처벌을 강화하였다(법인 벌금 1억원→10억원).

더 나아가 도급인뿐만 아니라 건설공사 발주자, 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에게도 산재예방 의무를 부과했다. 특히, 건설공자 발주자는 건설공사 계획단계에서부터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해야 하고 설계·시공단계에서 그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산업재해 안전망의 범위가 확대됐다. 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건설기계운전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원, 대리기사 등 9개 직종), 플랫폼을 활용하는 배달종사자까지 포함하도록 넓혀 이들의 노무를 제공받는 자에게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하도록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셋째, 기업 최고의사결정 기구의 산업재해 예방책임 강화와 현장근로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산재예방 거버넌스를 개선했다. 산업재해 예방 시스템이 사업장 단위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일정규모 이상(상시근로자 500인이상, 시공순위 1,000위 내 건설사 등) 회사의 대표이사는 매년 산업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동 조항은 `21.1.16부터 시행). 현장 근로자 의견 반영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명확히 규정해 동 제도를 활성화하고, 사업장의 종합적인 산업재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위험성 평가’제도 운영 시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했다. 특히, 대형사업장에서 노조활동이 활발한 울산의 노사관계 환경을 감안하면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선도하며 지역 주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왔으나 미래차(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고부가가치선박 개발, 석유화학공정 고도화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도전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화된 산업안전보건 규제는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생명과 건강이 담보되는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 더불어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 일터’ 만들기는 울산이 산업수도에서 행복수도로 거듭나고, 작금의 산업위기, 일자리 위기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위기도 극복하는 긴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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