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60년대 문맹률이 높았던 우리나라 선거후보들의 기호는 작대기 하나(|)혹은 작대기 둘(||)이나 셋(|||)으로 표시했다.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선 투표용지도 특이하다. 후보자의 얼굴 사진과 정당로고까지 넣어 투표용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4·15 총선 투표용지가 역대 투표용지 중 가장 길어졌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무려 35개가 되면서 용지 길이가 48.1cm가 됐다. 기표란의 세로폭이 1cm에 불과해 손놀림이 둔하거나 눈이 나쁘면 무효표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9대 대선 때도 기표란이 좁아 무효표가 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결과, 비례 대표 국회의원 선거는 35개 정당에서 312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정당과 최다 후보를 기록했다. 정당 수가 23개를 넘어 기표란 폭은 1cm로 유지하되 구분 칸을 기존 0.3cm에서 0.2cm에서 줄이고, 용지 위아래 여백을 기존 6.5cm에서 6.3cm로 줄였다. 이렇게 길이를 줄였어도 비례 대표 투표용지가 48.1cm가 된다.

이는 ‘1인 2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긴 투표용지다.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정당에 각각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1인 2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부터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지역구 득표율로 정하는 ‘1인 1표제’가 시행됐으나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투표지 분류기는 24개 정당이 기재된 34.9cm의 용지만 처리 할 수 있어 48.1cm 투표용지는 수개표를 해야 한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33.5cm(21개 정당)였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 앞서 야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창당과 여당의 맞불 창당이 이어졌다. 후보등록 마감날까지 투표용지의 정당 기재 순서를 끌어 올리기 위한 위성정당용 의원 파견과 18년 만의 수개표 등 꼼수와 각종 기행적 선거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민의를 더 왜곡시키는 ‘괴물 선거법’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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