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민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 소장

변화는 속도·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의 크기 따라 
우리에게 새로운 혼돈 or 정돈 중 하나를 가져다줘
지금이 변화 ‘오분 전’…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필요

6·25 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모이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한 피난민들에게 무료 급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배급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서로 밀치고 뒤엉키는 무질서한 상황이 일상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때 밥 솥 뚜껑을 열어 배급 시작을 알리는 것을 개판(開版)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개판 오분전(五分前)의 유래라고 알려져 있다. 이 말의 두 번째 유래 설은 씨름 용어인데 경기 도중 양 선수가 동시에 넘어 졌을 때 서로 자기 편이 이겼다고 주장하면서 옥신각신 난장판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때 심판이 그 판을 무효로 하고 새로운 한판을 개시한다고 선언하는 것을 개(改)판이라고 했다. 1950년 이전에도 무질서하고 어수선한 상황을 개판이라 표현했던 문헌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니 씨름 용어에서 유래한 것이 더 유력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것이 더 맞는지 사실 관계 확인은 접어 두고 첫번째 유래 설의 ‘연다’는 의미와 두번째 씨름을 ‘다시 한다’는 의미의 ‘개’ 두 가지 모두가 광의로 해석하면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개판’ 오분 전을 ‘변화’ 오분 전이라 바꾸어 불러도 될 듯 하다. 변화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자 낯선 것과의 조우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전 세계 각계 각층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개개인의 일상은 물론이고 국제질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이른 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누군가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는 말을 한다. 결국 변화는 속도와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우리에게 새로운 혼돈 혹은 정돈 중 하나를 가져다 준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가 임박한 ‘오분 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에서도 ‘변화 오분 전’ 상황의 불확실하고 불안한 경영환경에 직면하여 기업 경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한 업무 지속 계획(BCP – Business Continuity Plan)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BCP는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19 감염에 따른 공장 가동 중지사태를 포함한 불시적인 기업 활동 중단을 예방하기 위한 위기 관리 계획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른 바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하여 지속 가능한 경영 방식의 혁신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실적의 악화, 주력 제품의 경쟁력 저하 등 다양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고 어떤 종류의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보다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기업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차근차근 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 Digital Transformation)과 업무 방식의 변화이다. IoT 기술, 인공지능(AI), 빅 테이터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전통 산업에 접목하여 기존의 아날로그적 기업 운영 또는 생산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DT)해나가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맞추어 일하는 방식 또한 재택/원격 근무화, 스마트 오피스 구축 및 유연 근무제, 제조 현장의 지능화와 더 나아가 자율화를 목표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 변화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코로나 19로 인해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에게 ‘훅’ 다가왔을 뿐이다. 미래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각자 느낌에 따라서는 현 시점을 ‘개판’오분전으로 혹은 ‘변화’오분전으로 인식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자주 인용되는 말처럼 어쩌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아직 골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미래는 시간이 지난 뒤 찾아 오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알게 모르게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 보다 한발 더 앞서 가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이미 와 있을 수도 있는 미래를 현재화 시키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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