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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태화강철새공원 관찰카메라가 전해준 왜가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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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정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 승인 2020.05.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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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새 중 가장 먼저 찾아온 왜가리 한쌍
새끼의 ‘이소’까지 어려움 많지만 포기 안해
코로나로 지친 국민도 위기 잘 극복했으면

김혜정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코로나19로 여전히 봄 방학 중인 아이들을 두고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태화강철새공원에 설치된 관찰카메라로 왜가리 둥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태화강철새공원 대숲은 겨울 떼까마귀 잠자리가 되고 봄이 오면 여름철새인 백로류 7종, 8,000여마리 번식처가 된다. 백로류 중에는 왜가리가 가장 먼저와 번식하는 장면이 관찰카메라에 포착됐다. 덩치가 큰 왜가리들이 명당자리인 위쪽부터 차지하고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그때가 3월 초순, 첫 번째 알을 낳은 왜가리 한 쌍이 관찰카메라에 들어왔다.

왜가리 학명(Ardea cinerea), 영어명(grey heron)처럼 회색 무늬와 뒷머리 뒤쪽 검은 댕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친숙하고 예쁘게 보인다. 길고 뾰족한 부리로 길고 짧은 나뭇가지를 물어다 크고 튼튼한 둥지를 만들었다. 며칠 간격을 두고 2개 알을 낳고 품기 시작했다. 이렇게 낳은 알은 왜가리 부부가 함께 25~28일간 품어 부화시킨다. 부화한 새끼들은 50~55일정도 물고기, 작은 새 등을 먹고 자라 둥지를 떠난다. 작년에 관찰카메라를 통해 확인된 중대백로들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새끼들이 이소(離巢)해 떠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은 기대감 속에 가볍기만 했다.

“태풍급 강풍이 예상된다”는 TV속 기상캐스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왜가리 둥지 알들은??’ 무의식적으로 철새공원에 있는 왜가리가 생각났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바람이 잔잔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왜가리 둥지를 확인하는 순간 걱정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왜가리 부부는 흔들리는 대나무 위에 위태롭게 서 있기만 했다. 둥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허탈한 마음도 들었지만 관찰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다시 카메라 렌즈를 돌리던 중 청록빛 알 2개가 있는 둥지가 화면에 잡혔다. 부화하는 장면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위치다. 암수 교대로 나뭇가지를 물고와 둥지도 만들고 태어날 새끼들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 기특한 한 쌍이다. 역사는 밤이나 새벽, 혹은 휴일에 이뤄는 것처럼 월요일 출근해서 보니 두 마리가 알에서 깨어나 있었다. 회색 솜털로 덮인 새끼들의 몸짓으로 둥지는 어느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왜가리 부부새가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먹인 덕분에 새끼 새들은 하루가 다르게 폭풍성장을 했다.

어느날 사건이 일어나던 날은 점심식사를 하고 업무 시작 전인 12시 47분, 2마리 새끼를 두고 어미는 둥지를 떠났다. 10여분이 지나도 어미새는 돌아오지 않았다. 붉은색 부리로 머리 깃을 세운 어미새로 보이지 않는 왜가리가 둥지로 날아와 새끼를 마구 쪼아대기 시작한다. 둥지 안에 있던 먹다 남은 물고기 3마리 마저도 빼앗아 먹는다. 그러더니 45분여 동안 왜가리 새끼들을 무섭게 공격한다. 13시 45분 즈음부터 작은 새를 집어삼킬 듯이 입에 넣기 시작할 즈음 어미 새가 나타났다. 새끼를 공격하던 왜가리는 급하게 자리를 떠나면서 작은 새를 물고 가버렸다. 큰 새끼 새는 둥지 안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어미 새는 이를 그냥 바라만 본다. 10여분이 지나 다시 어미새는 둥지를 떠난다. 3분여가 지나 다시 붉은색 부리를 가진 왜가리가 나타났다. 죽어 있는 큰 새끼 새를 여러 번 쪼다가 둥지 밖으로 던져 버린다. 잠시 5분여를 머물다가 둥지 속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날아가 버린다. 30분 후, 붉은색 부리 왜가리는 짝을 데리고 왔다. 17시 30분 경, 둥지에서 짝짓기까지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류 전문가에게 문의를 했다. “성체 왜가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왜가리 새끼만 있는 둥지를 공격해 둥지를 빼앗는 경우가 있다. 집단 번식하는 종에게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며 설명해 주셨다.

약육강식이 자연 순리라고는 하지만 왜가리를 비롯한 새들의 번식이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라고 자문하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포기 하려 했으나 착하고 성실해 보이는 왜가리 한 쌍이 품고 있는 둥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부디 성공할 수 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관찰을 다시 시작한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잘 자라서 멋진 날개짓으로 이소(離巢)할 왜가리를 기대하면서 전국이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상황을 잘 극복하기를 바래본다. 오늘도 태화강철새공원 왜가리는 알 품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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