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원 경희대 외래교수·한의학박사/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   
 

지인 SNS서 상대적 박탈감 느끼며 겪게 되는 ‘카페인 우울증’
커피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문제점인 의존성·금단증상은 같아
조금의 슬픔 느낀다면 즉시 중단과 함께 깊이있는 대화 해보길

카페인의 어원은 커피의 ‘Coffe’에 질소를 함유한 알칼리성의 유기물질인 알칼로이드(amine)를 뜻하는 어미 ‘-ine’가 붙은 것이다. 1819년 독일의 과학자 프리들리프 페르디난트 룽게가 커피콩에서 추출하여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천적(天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먹히지 않기 위해 위장을 하거나 번식 속도를 크게 높이는 방법이 있는 반면, 독이 되는 화학 물질을 생성하는 방법을 통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카페인도 식물의 자기 보호 기전을 위해 생산되는 물질이다.

카페인의 제일 큰 특징은 각성(覺醒) 효과이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각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커피를 한 잔만 먹어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녹차나 초콜릿만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석 잔 이상을 먹어도 숙면을 취하는데 전혀 문제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CYP1A2 유전자에 따라 카페인 신진대사 속도가 정해지는데, 이 유전자가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를 조절한다. 1A 대립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카페인 분해 속도가 빨라서 카페인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느끼기 어렵고, 1F 대립 유전자의 경우에는 반대로 분해가 잘 되지 않으므로 카페인의 효과가 비교적 오래 지속된다.

의료계에서는 카페인의 중독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독성 물질은 알코올이나 니코틴처럼 의존성(依存性)을 가지고 있고, 갑자기 끊었을 때는 금단증상(禁斷症狀)을 유발해야 한다. 카페인의 의존성은 마약과 비교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의존성의 문제로 중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은 설득력이 적다. 그러나 금단증상 관련해서는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카페인이 뇌혈관을 수축시켜서 두통을 완화시키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반동작용으로 뇌혈관 확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카페인에 적응된 사람은 카페인을 섭취해도 뇌혈관이 눈에 띄게 수축되지는 않지만, 섭취하지 않으면 혈관이 확장상태가 되어 카페인 유발성 두통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카페인 유발성 두통은 빠른 시일 내에 진정이 되는 편이긴 하지만,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도 두통이기 때문에 이런 것에 주의하면서 카페인 섭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카페인 섭취로 인한 우울증 문제도 있지만, 최근에 생겨난 신조어 중에서도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있다.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습관처럼 타인의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함을 겪는 것을 뜻한다.

본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지인들과 안부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자랑을 본인의 일상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우울증을 겪는다는 문제점도 생기게 되었다.

SNS의 순기능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혹시라도 SNS로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잠시 중단해보는 것은 어떨까? 깊이 있는 의사소통은 우리의 모든 감각을 사용할 때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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