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8일 발생한 동구 염포부두 선박폭발 화재사고는 울산항의 취약한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항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만큼 지난해 폭발사고를 면밀하게 분석해 항만 폭발사고 예방과 사고 대처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울산소방본부가 최근 사고 당시 현장 대응 활동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담은 ‘울산 염포부두 선박 화재 대응 백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았다. 백서는 당시 대형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지 못했고,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리지 못한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당시 울산소방본부는 여러 차례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사고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가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재난대책본부는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한 조직이다. 울산시도 중앙재난대책본부와 별도로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조직해 놓았지만 당시엔 가동되지 않았다. 폭발화재로 인해 독성 물질 확산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늦었다. 이 때문에 추가 폭발과 유독물질 노출 등을 대비한 인근 주민 대피 판단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이밖에 폭발화재가 발생한 모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 연결된 자선 바우달리안호를 분리하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이후 3차례 폭발에 따른 위험 상황에 그대로 노출됐다. 또 폭발이 발생한 9번 탱크와 선루에 대한 화재 진압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진압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 초기 사고 선박 적재물 정보를 요청했는데 바로 받지 못해 적재물질과 특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 등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소방과 해경이 협업해 46명 선원과 5명 하역 근로자를 안전하게 전원 구조한 점,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 대원들이 화재 완전 진화를 위해 800도가 넘는 선박 내부에 들어가 진압한 점, 동구보건소와 울산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부상자를 신속히 이송한 점, 울산 특수화학구조대는 소방 드론을 활용해 입체 작전을 펼친 점에 대해선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울산항은 지난 2018년 기준 전체 취급량이 2억200만t으로 전국 3위이고, 이 중 액체화물 처리실적이 1억6,600만t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재난 사고 발생의 위함은 항시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울산소방본부의 이번 백서가 울산항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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