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왼쪽)와 이현아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 운동신경세포 제작 과정과 척수손상 동물실험에서 치료 효과 검증.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척수 손상을 치료하는 운동신경 세포를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팀이 피부세포에 유전인자 두 종을 주입해 척수를 구성하는 운동신경 세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척추 안에 있는 신경조직인 척수는 뇌의 신호를 사지로 전달하거나, 역으로 신체에서 느낀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신호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척수가 손상되면 운동기능이나 감각을 잃어 심각한 후유증을 얻는다. 척수 손상 치료를 위한 약물치료나 수술 요법이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은 크다.

이 같은 이유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세포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운동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동신경 세포는 척수 손상을 치료할 수 있는 유력한 세포 치료제로 꼽힌다.

그러나 운동신경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얻으면 암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하는 목적 세포를 피부세포에서 바로 얻는 ‘직접교차분화’ 기법을 이용해 운동신경 세포를 만들었다. 환자 피부세포에 두 종류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으로 자가 운동신경 세포를 만든 것이다.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능세포단계’를 거치지 않아 암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고 면역거부반응도 방지하는 등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특히 이 제작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 임상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세포가 필요한데, 기존의 직접분화기법은 얻을 수 있는 세포 수가 제한적이었다. 반면에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세포 자가증식이 가능한 중간세포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제작한 세포를 척수 손상 실험용 쥐에 주입한 결과, 상실된 운동기능이 회복되고 손상된 척수 조직에서 신경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와 같은 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뿐 아니라,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되는 루게릭병 등의 질환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범 교수는 “기존 운동신경 세포 제작법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직접교차분화 기술을 개발했다”며 “척수를 보호하고 세포가 잘 생착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제인 ‘슈파인젤’과 제작된 운동신경 세포를 결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척수 손상은 산업 재해에 의한 발병률이 높아 울산에 건립 예정인 산재전문 공공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유럽분자생물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이라이프’(eLife) 온라인판 이달 23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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