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New York City)이라면 현대 도시 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떠오른다. 다양한 인종이 쏟아낸 여러문화가 뒤섞인 이 거대 도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상업, 금융, 패션, 미식 등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뽐낸다. 한 해 5,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 여행의 ‘끝판왕'이기도 하다.

5번가와 8번가 사이에 있는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도시공원으로 매년 4,00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다.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들,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센트럴 파크의 가을은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에서 보여준 낭만으로 가득하다. 흰 눈이 쏟아져 내린 겨울 풍경은 ‘나 홀로 집에'서 보여준 그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날부터 파리로부터 신생제국의 도시 뉴욕이 세계 미술의 수도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 전진기지가 된 것이 메트(메트로폴리탄미술관), 모마(뉴욕현대미술관), 그리고 구겐하임이었다. 그러고 보면 결국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세계적인 미술관을 갖춰야 한다. 또다른 뉴욕의 상징 ‘I♥NY’ 로고를 만든 주인공 밀턴 글레이저 그래픽 디자이너가 6월 26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I♥NY’는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나선 뉴욕시 의뢰로 1977년 탄생했다. 글레이저가 냅킨에 끄적거린  디자인이 바탕이 되었다는 설과 택시 안에서 봉투에 끄적거린 스케치였다는 설이 있다. 언어를 초월한 위트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고 세계 곳곳 유명 도시의 이름을 넣은 ‘짝퉁'도 볼수 있다.

글레이저의 부음을 듣고 “작품이 들어간 기념품을 단돈 1달러에 살 수 있게한 위대한 디자이너”라고 추모한 팬도 있었다. 뉴욕 관광객들은 글레이저가 저작권을 뉴욕시에 양도한 덕에 이 로고가 들어간 기념품을 싼 값에 살 수 있게 됐다. 매년 3,000만 달러(약 360억원)가 쌓인다고 한다. 뛰어난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지루하고 재미 없는 세상에 불을 지른다. 바쁘고 고달픈 여정에서도 그 곳이 우리가 들러야 할 길목이 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