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방지를 위해 거리를 두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한미 간 대북 공조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 운영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외교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회견에서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일각에서 한미워킹그룹으로 인해 남북협력사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을 논할 때 보다 유연하게 나올 것임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협의에서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비건 부장관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언급했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방역협력, 철도·도로 연결사업,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북한 개별관광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의 대화 거부로 남북협력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워킹그룹 개선방안은 이날 협의에서 주요 안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논의는 보다 더 큰 틀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다시 끌어오는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부정적인 태도로 당장은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비건 부장관은 최근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등을 통해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확실히 말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북한도 미국과의 비핵화대화 거부 입장을 수차례 확언하고 있는데다 미국도 당장 북한을 설득할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가 다시 마주 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유일한 변수는 재선 레이스에 내세울 외교적 업적을 이루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 인터뷰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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