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약한 냄새를 풍겨 벌례계의 스컹크로 불리는 노래기들이 아파트 벽면에 붙어 있다.  
 
   
 
  ▲ 울산 울주군 한 아파트 벽면에서 발견된 노래기들.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며 ‘벌레계의 스컹크’로 불리는 ‘노래기’가 최근 울산 울주군 아파트 단지에 떼 지어 출몰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오전 울주군 청량읍의 한 아파트. 그늘진 지상주차장 벽면에 시커먼 벌레들이 가득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이 벌레들은 지네처럼 생긴 노래기로, 눈으로 확인되는 것만 30여마리였다. 배관 입구가 밖으로 노출돼 있는 또 다른 벽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 물이 흘러나오는 구멍 주변으로 크고 작은 노래기들이 ‘우글우글’했다. 갈라진 벽 틈으로 기어 다니거나, 바닥에 떨어져 말라 죽어있기도 했다.

노래기가 본격적으로 들끓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비가 자주 내리면서부터다. 노래기는 몸길이가 2~28mm며 60개 이상의 마디로 돼 있는 절지동물로, 습한 곳을 좋아하고 건조한 곳은 싫어하는 습성이 있다.

문제는 노래기가 창틀 또는 하수구를 타고 야외에서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사람한테 해를 끼치진 않지만 건드리면 아주 쾌쾌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까지 한다.

주민 김모(59·여)씨는 “3주 전 우연히 뒷베란다에서 노래기 여섯 마리를 발견한 후 하수구 구멍을 막고, 창문을 꼭 잠가놔도 지속적으로 출몰하고 있다”며 “보통 벌레처럼 살충제를 뿌려도 잘 죽지도 않고, 한번은 계란 썩는 냄새까지 나는 듯했다. 너무 혐오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눈만 뜨면 보이는 노래기 때문에 시커먼 먼지만 봐도 벌레로 보일 정도로 노이로제에 걸렸다”며 “셀프 방역을 해본다고 매일 뜨거운 물을 하수구 구멍에 붓고, 건조기를 돌려 습한 기운을 없애보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장마 시작으로 더 심해질텐데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고, 올해 5월부터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기후 탓에 최근 노래기 대량 출몰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방역업체 관계자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고,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 하면서 습해지니깐 노래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는 방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노래기 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뿐만 아니라 각 읍·면·동 단위로 정기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며 “노래기 출몰처럼 다량 민원이 발생한 지역에는 수시로 방역하는 등 여름철 해충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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