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은 그림이나 다름 없었다. 눈을 감고 그의 음악만 들어도 영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오케스트라에서 쓰지 않는 도구, 사람 목소리, 휘파람 등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동원한 그의 음악은 감정을 순식간에 사로잡고 스토리텔링까지 해준다.

그것은 배우의 대사나 감독의 연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영화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채찍 소리,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서부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세르지오 레오네(1929~1989)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의 휘파람 섞인 전자기타 테마곡이 대표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할 때 들리는 이 음악은 이후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상징이 됐다. 골든 글로브상 수상작 ‘미션’ (1984)의 대표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오보에 선율에 어우러진 합창과 극적 효과로 영화보다 짙은 여운을 남겼다.

국내에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2008)에서 원곡에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가 소개돼 드라마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영화 음악을 영화 주인공으로 만든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7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병원에서 92세를 일기로 숨졌다.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습니다.(Io, Ennio Morricone, sono morto)’ 사망과 동시에 그가 이탈리아어로 남긴 ‘셀프 부고’가 공개돼 아쉬움을 더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 위해 그만의 방식으로 숨지기 전 1쪽 분량의 고별 인사를 남겼다.

고인은 “항상 가까이 있었던 모든 친구들과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린다. 그들에게 큰 애정을 보낸다”며 부고문을 열었다. 이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며 부고를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서 가족과 친구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1956년에 결혼해 평생을 함께 보낸 아내에게는 마지막 인사도 영화 처럼 ‘가장 가슴 아픈 작별인사’를 보냈다. 그는 ‘시네마 천국’으로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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