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 명백한 ‘범죄행위’
오는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추진
지역사회 모두 협력해 성공적 안착 노력을

윤채원 울산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장

오는 10월 아동학대 현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동학대 조사업무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 공무원이 학대피해 아동을 직접 조사하는 등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강화된다.

구·군에 사회복지 공무원을 확충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행하던 학대조사 업무를 구·군에서 경찰과 함께 직접 수행한다. 공무원 초기 개입 및 직접 조사로 경찰·학교·의료기관 등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으로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를 추진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아동 긴급분리 후 재 학대 위험 소멸 및 안전 확보시까지 아동과 부모에게 심리 및 정서회복치료, 양육기술교육 등 전문적인 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발생원인, 대응과정, 조치결과 등을 분석·평가하여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전문 사례관리 담당기관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2013년 일명 울산계모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등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울산시는 아동학대 현장을 더욱 촘촘하게 대응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을 추진해 2017년에는 울산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개관했으며 또한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교육, 부모교육 등 아동학대 예방사업 및 학대 위기아동을 조기 발굴 시스템을 강화하여 학대 위기아동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 노력은 수치로 증명됐다. 실제로 지난 2013년 504건에 불과했던 아동학대 신고는 △2014년 668건, △2015년 671건 △2016년 952건 △2017년 953건 △2018년 929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또한 작년 감사원 평가에서 2018년 아동학대 특례법 적용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성과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누구보다 단단하게 아동학대 현장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책들 속에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먼저 아동학대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체벌은 훈육이 아닌 ‘폭력'으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아동학대가 이슈가 되면서 부모의 징계권이 삭제돼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부모의 자녀 체벌을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76.9%가 부모에게서 이뤄진다고 확인됐다. 많은 학대행위자들이 체벌이 아닌, 훈육과 교육 차원의 행동이라고 변명하고 있기에 징계권 삭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체벌은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되, 부모에게 체벌 이외에 훈육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아동학대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적극 신고해야 한다. 아동학대 발생장소의 대부분이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 특히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은밀하게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경남 창녕의 9세 아동이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왔으나, 이를 알아차리지 못해 아이가 스스로 탈출을 강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점이라면 흉악한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징후를 발견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신고하기를 강력히 당부드린다.

마지막으로 아동학대 사건은 어느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검찰, 법원,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협력해 아동학대 예방에 힘써야 한다. 아동학대 업무 체계 변화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공공과 민간이 공조해 성공적인 체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차 에글린타인젭 여사는 ‘오늘 우리가 구한 아이가 내일 우리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구하는 일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라는 의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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