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진하리의 한 주민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은 이 마을수도의 수질검사성적표.  
 

▷속보=울산 울주군지역에 상수도 관로 설치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 등으로 실제 급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7월 9일자 6면 보도) 가운데 한 마을수도에서 대장균과 비소가 검출됐다.

15일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주민 A씨가 의뢰한 수질검사성적서 결과에 따르면 이 마을에 공급되는 지하수인 마을수도는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년 전 진하리로 이사 온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부병으로 힘들어하다 최근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먹는 물’에는 검출돼선 안 되는 총대장균군과 분원성대장균군, 대장균이 모두 확인됐다.

특히 발암 유발 중금속으로 알려진 ‘비소’도 검사 결과 ‘먹는 물’ 기준인 0.01㎎/L를 웃도는 0.016㎎/L이 검출됐다. ‘생활용수(기준 0.05㎎/L)’로만 사용한다면 문제는 없지만, 절대 마셔서는 안 되는 물이란 의미다.

수질검사를 담당한 분석기관 측은 “비소는 이를 걸러주는 고도의 정수처리시설을 거쳐야만 걸러지는데,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시설은 한계가 있다”면서 “물을 끓인다고 해도 비소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마을 지하수는 가정집의 정수기를 통해서는 물론, ‘끓여서 마실’ 수도 없는 물이란 말이다.

비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체내에 축적돼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막연하게 몸이 가렵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만 생각하고 물이 좋지 않다고만 알았지 비소 등이 포함돼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물이 일반 생활용수가 아닌 ‘먹는 물’로 무방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지하수는 상수도 관로가 설치되면서 사실상 폐지됐지만,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마을수도로 남아 진하1·2리 일대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진하리 1,169세대 중 1,083세대가 상수도사업본부에 급수를 신청해 상수도를 공급받고는 있지만, 400여세대가 기존 마을수도를 혼용하고 있다. 아예 상수도 급수를 신청하지 않고 마을수도만 사용하는 가구도 80여세대에 이른다.

마을수도는 일반 가정집뿐만 아니라 식당에도 적잖게 공급되고 있다. 상수도보다 물값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물은 설거지나 청소 같은 허드렛일에만 사용되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를 인지하고 있는 울주군의 행정은 ‘현장계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 물을 지자체 또는 마을에서 ‘정수’ 관리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마을에서 수도 관리 목적으로 일정 비용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진하리는 가정에는 5,000원 정액, 식당 등 영업장에는 사용량에 따라 마을수도 요금을 걷고 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수도요금이라고 돈을 내니까 당연히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제대로 관리되는 게 아니면 돈을 받지 말거나, 아예 수도를 끊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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