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5월 8일 태어난 왜가리 형제
먹이경쟁하며 무럭무럭 자라 7월 둥지 떠나
훗날 태화강으로 돌아와 번식에 성공했으면

 

윤 석 울산시 환경생태과 주무관

새들의 번식과정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태화강 대나무 위에 튼 왜가리 둥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쌍이 번식을 실패했던 과정이나 둥지를 박차고 날아간 울산 고향 왜가리 형제가 태어나 자라던 130일 동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처음 시작은 설치된 관찰카메라(CCTV)를 적극적으로 더 잘 활용해 보자였다. 2월 25일이었다. 대나무 숲을 가장 먼저 찾아오는 ‘왜가리’ 둥지가 눈에 들어왔다. 4개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암컷이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버렸다. 또 산불 나던 날(3월 19일) 3개 알과 함께 둥지가 날아가 버렸다. 안타까웠다. 4월 27일, 부화하고 성장하던 3마리 왜가리가 다른 왜가리에 의해 처참히 공격당하고 생을 마감했다. 너무 괴로운 장면이었다. 관찰을 멈출까도 했다. “이번 왜가리 부부는 성실해 보인다”는 동료 말에 용기를 얻었다. 2개 알을 품고 있는 왜가리 둥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알을 품고 둥지 보수도 열심이다. 5월 8일 오전 시간을 두고 왜가리 형제는 태어났다.

왜가리들은 자신들을 보고 있는 줄 모르지만, 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후 직원들은 출근하면서나 점심시간 등 수시로 왜가리 안부를 물었다. 솜털이 있는 왜가리 형제는 하루가 다르게 날카로운 부리와 회색빛 깃털을 가진 왜가리로 성장했다. 그래도 어려서인지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어릴 때 형제들과 다퉜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어릴 때는 다 똑같다고 감정이입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5월 29일, 어미 새는 새끼를 두고 둥지를 떠났다. 이후 먹이인 물고기는 자주 오고 굵고 커졌다. 새롭게 안 사실은 새들이 물고기를 삼킬 때는 아가미 쪽부터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 오는 날 먹이를 다투면서 먼저 삼킨 녀석이 지느러미가 걸려 토해낸 순간 다른 녀석이 아가미부터 물어 쉽게 삼켜 버렸다. 빼앗긴 녀석의 허탈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조류도감에는 50일 정도면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돼있다. 50일이 넘어도 둥지를 떠나지 않았다. 잠을 자고 어미 새가 먹이를 주러 계속 왔다. 형제 중 한 왜가리는 7월 10일 먹이를 받아먹고는 둥지를 떠났다.

다른 녀석은 1주일 더 버텼다. 둥지를 계속 지킬 것 같던 왜가리는 7월 13일, 비 오던 월요일 오전 10시 2분경, 무심한 척 날았다. 이후로 밤에도 그 자리로 솜털이 있는 왜가리는 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두 번째 왜가리가 떠나던 날은 시청 내 인사이동이 있던 시각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담당자 바뀐 것을 아는 게 아니냐는 농담도 오갔다.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카메라 화면을 통해 오래 시간 함께하면서 정이 들었다. 둥지 관찰을 시작하고 둥지를 떠나기까지 67일이었지만 왜가리로 정해서 관찰 시작한 지는 130일 만이다. 관찰카메라 영상은 4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수시로 영상을 별도 저장을 해 놔야 한다. 바람이 불면 카메라는 흔들려 초점이 흐려진다. 주말 영상은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모인 영상만 1시 20분 분량이다. 영상들은 시민홍보도 하지만 생물다양성이나 환경교육 자료로 활용한다.

이제는 더 관찰할 둥지도 찾을 수 없다. 올해 번식은 끝난 듯하다. 2월 말부터 시작한 왜가리 번식은 12개 알 중 2개가 성공했다. 아주 낮은 확률이다. 4쌍 중 1쌍만이 온전한 자식을 길러냈다. 이렇게 울산 태화강과 대나무 숲은 왜가리 형제가 고향이 되도록 넉넉하게 품어줬다. 왜가리 부부도 고생했지만 그들이 하는 노력을 지켜봐 주고 영상으로 끊임없이 기록했던 화면 밖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의 기원이 보태진 결과라 생각된다. 왜가리가 떠나던 날, 직원들은 ‘왜가리 형제’가 잘 자라 태화강으로 와 자식을 낳고 잘 기르기를 기원하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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