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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마스크 세상…스토리와 표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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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8.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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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방역 비상걸린 제주, 마스크 쓴 돌 하르방.

 

 

 

 한때 일기예보처럼 자주 바뀌어
 혼란 부추겼던 정부 ‘마스크 지침’
‘마스크 대란·공적 마스크’ 추억속으로

‘나만의 이름과 색깔’ 어디서 찾나
 열린 야외 공간에선 쓰지 말도록
 마스크에 사라진 민얼굴 볼 수 있어야

 

 

코로나19 탓에 한여름에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입을 막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중동 여인들 진한 눈화장이 유행이라지만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나만의 이름과 색깔’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립스틱 지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립스틱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수로 표현한 것이다.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드레스, 신발 같은 값비싼 물건 대신 저렴한 립스틱을 많이 구매하며 ‘작은 사치'를 하기 때문이다. 립스틱 판매량은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중 하나가 됐다.

그런 립스틱 지수가 최근 코로나로 인한 불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면 입이 보이지 않고, 립스틱 얼룩이 번져 립스틱을 잘 바르지 않으니 판매가 늘어날리 없다.

북한 평양에선 마스크를 안쓰면 지방으로 추방 당하게 됐다. 7월 20일부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 워싱턴DC도 집 밖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최고 1,000달러 과태료가 부과된다. 프랑스는 7월 20일부터 마트나 은행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 135유로(약18만5,000원)을 부과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최고 징역 6개월에 처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매일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면서 생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보도했다. 그 중 하나로 일부 남성이 여성들을 음탕한 눈길로 집요하게 쳐다보는 행위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얼굴 절반 이상을 가려줘 신원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 문제는 이런 눈길이 단지 불쾌하게 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위협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중교통 이용객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6월 26일 이전에도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다들 마스크를 썼다. 확진자 동선 공개도 비슷한 맥락에서 국민을 방역에 동참하게 했다. 어디 가서 뭘했는지 낱낱이 밝혀져 손가락질 받는게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두렵다. 스스로 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출을 자제했다.

심리학적으로 사회 규범의 강도가 강한 ‘빡빡한 문화’와 그렇지 않은 ‘느슨한 문화’로 나눠 볼 수 있다. 빡빡한 문화는 규칙이 많고 단속이 엄격해 체계가 잡혀 있고 질서 정연하다. 구성원들이 공통된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어 상호 협력이 수월하고 자제력이 강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느리다.

반대로 느슨한 문화에선 규칙보다도 개인 자율성이 중시된다. 변화에 열려 있고 창의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무질서하다. 자제력과 협동심도 낮다. 이 문화의 대표 주자는 미국이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일부 시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긴급 명령이 떨어지자 시민들은 ‘헌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며 이를 국가가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건 미국 건국정신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마스크에 대한 미국인의 심리적 거부감은 아직 높아 마스크는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에 사는 사람들, 범죄자, 에이즈 환자나 쓰는 것이었다. 마스크는 외국발 공포와 정부의 권위에 굴복해 나의 영역을 포기하는,  ‘미국적이지 않은’ 굴욕의 상징이었다.

7월 1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 부르크문 앞 파리저광장에서는 1만7,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일부 시위자는 ‘우리가 자유를 강탈 당했다’는 구호를 외쳤다. 실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등 정부의 강제 조치로 자유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는 7월 31일 전 세계 확진자가 29만2,527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표정이 마스크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는 예전처럼 얼굴 표정을 볼 수 없다. 항상 사람의 얼굴을 찾아다니는 사진기자의 푸념이다.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기쁘거나 화난 모습도 카메라에 담기 어려워졌다.

과거 사진기자가 마스크 쓴 사람을 찍을땐 폭력시위나 범죄를 저지르고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때 였다.

그러니 코로나19로 주요 취재거리가 사라졌다. 신문에 실린 사진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다. 처음엔 이 모든 상황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가려진 얼굴이 낯설지 않게 됐다.

사람의 얼굴은 80여 개의 근육으로 7,000~8,000가지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로봇이 제 아무리 발달해 표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온갖 표정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집합금지명령이 해제되면서 노래방을 점령한 ‘턱스크 족(族)’에게 방역수칙은 철지난 유행가가 됐다. 마스크 끈만 귀에 걸친 채 코와 입을 내놓고 열창중인 ‘턱스크 족’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열린 야외 공간에서는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밀폐된 공간이나 야외라도 밀집된 곳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써야한다.

일기예보처럼 자주 바뀌어 혼란을 부추긴 정부의 마스크 지침 때문에 ‘마스크 대란’을 겪기도 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할 것처럼 ‘강권’ 했다가 필요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다. 이미 혼란은 충분히 겪어 봤다.

‘공적 마스크’란 말은 이제 추억이 됐다. 줄을 서지 않아도 7월 12일부터 KF94·80 보건용 마스크를 수량 제한 없이 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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