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태풍 '미탁'으로 완전히 물에 잠긴 태화강 국가정원. 당시 태화강 상류 사연댐 한 곳에서만 초당 400t의 물이 월류해 태화강 등으로 유입됐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집중호우 때마다 도지는 태화강 국가정원의 고질병 ‘침수’.
전국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 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해법이 처음으로 제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시가 울산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십리대밭교와 오산광장 두 곳에 자연제방을 쌓고, 야외공연장을 계단식으로 리모델링해 집중호우시 저류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방안이 도출됐다.

문제는 태화강 상류의 대곡댐·사연댐·대암댐. 이 댐들은 하나같이 수위조절 기능이 없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폭탄’ 같은 존재다. 집중호우로 인한 댐의 월류 문제를 간과한 채, 하류인 국가정원에 아무리 제방을 쌓고 수문을 설치해도 결국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태화강 상류댐 현황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더욱이 국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달 경우 댐 방류량이 늘어 국가정원은 더 쉽게, 더 크게 침수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과연 울산시가 ‘국보 보존’과 ‘태화강 국가정원 침수 저감’이라는 시급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입체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화강 유출(流出) 특성으로 진단한 침수 원인

12일 울산시로부터 확보한 ‘태화강 유출(流出)의 특성 분석을 통한 태화강 국가정원 관리방안 수립 현안과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원의 침수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울산연구원은 지난 4월 시로부터 이 현안과제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자 태화강 국가정원이 자주 침수되는 원인부터 따져봤다.

그 결과 △강우시 태화강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 국가정원 실개천으로 태화강 하천수가 역류해 실개천 입구부터 침수되는데다 △태화강에 오산대교 교각이 설치된 뒤 유수 흐름이 저해돼 태화강 수위변화에 영향을 줘 국가정원의 침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태화강의 이같은 수위변화로 명정천 하천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국가정원으로 월류한다는 점도 침수 원인으로 꼽혔다.
 

#자연제방 쌓고, 야외공연장에 저류조 기능 플러스

원인을 찾았으니 처방전도 마련됐다. 울산연구원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를 저감할 세 가지 관리방안을 내놨다.

보고서에는 △십리대밭교 일대 국가정원 실개천 입구에 자연 제방을 만들고 수문을 달아 태화강 하천수의 역류를 방지하자는 제1안 △명정천 하류와 국가정원 실개천이 만나는 오산광장 일대에 자연 제방을 쌓아 명정천 하천수의 월류를 막자는 제2안 △야외공연장을 저류지로 활용해 실개천 월류를 저감하자는 제3안이 담겼다. <그림 참조>

 

국가정원 침수저감 방안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윤영배 박사는 “십리대밭교와 오산광장 일대에 제방을 만드는 조치는 꼭 이뤄져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며 “특히 십리대밭교 쪽 제방에는 수문을 달아야만 침수 저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공연장은 지금은 평면이지만 계단식으로 리모델링해 집중호우시 실개천으로 역류하는 태화강 하천수를 가두는 저류지 기능을 추가하면 인근 초화단지도 보호하고 국가정원의 침수 빈도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 변수는 상류의 ‘물폭탄’ 댐 3곳

이번 보고서에는 내용이 빠졌지만, 사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완전 침수는 상류에 위치한 대곡댐·사연댐·대암댐에서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물이 월류(흘러 넘침)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있다. 물을 저장만할 뿐 수위조절 기능이 없는 이들 댐은 집중호우로 만수위가 되면 물이 여수로를 타고 콸콸 흘러넘치는 구조다.
 

사연댐 수위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태화강 국가정원이 완전 침수된 작년 10월 태풍 ‘미탁’ 때를 예로 들면, 규모가 가장 큰 대곡댐은 만수위가 120m(물 저장량 2,850만t)인데 초당 150t의 물이 월류해 태화강 본류와 국가정원 실개천으로 흘러들었다. 대곡댐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만수위 60m(물 저장량 2,500만t) 규모 사연댐의 경우 미탁 당시 초당 400t의 물을 쏟아냈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물폭탄 3개를 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더욱이 ‘미탁’ 발생 열흘 전 태풍 ‘차바’가 먼저 다녀간 탓에 댐 수위가 원래 높았던 데다, 설상가상 ‘미탁’이 울산 앞바다의 만조 시간(오후 10시)에 겹치면서 침수 피해가 더 커졌다.

 

2019년 10월 태풍 '미탁'으로 완전 침수된 태화강 국가정원. 진흙을 쓸고 닦는데만 꼬박 4일이 걸렸고, 복구비용을 뺀 단순 청소작업에만 1억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 사연댐 수문 설치시 침수 피해 더 커질 듯

울산연구원은 ‘사연댐 수위 58m’를 기준으로 빈도별 침수정도를 예측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만약 울산시가 국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할 경우, 댐 방류량으로 인해 태화강 국가정원이 겪게 될 물 환경과 가장 유사한 수치를 ‘58m’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배 박사는 “사연댐에 수문을 달면 반구대 암각화 침수 저지선인 53m 이하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항시 물을 방류하게 되기 때문에 태화강 수위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연댐 수문 설치로 태화강 국가정원의 침수 피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울산연구원은 이번 보고서 말미에 ‘사연댐 수위 조건에 따른 암각화 보존과 국가정원 침수 관계 검토를 위한 추가 연구 필요’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한편 울산시는 국보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할지 말지를 조사하는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을 준비 중이다. 9월 울산시의회 추경을 거쳐 예산(총 3억4,000만 원)을 확보하는대로 용역을 발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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