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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베이루트 공포…폭발물 베고 자는 울산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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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8.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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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성분이자 폭탄원료인 질산암모늄을 울산공단서도 연간 5만여 톤을 취급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염포 부두에 정박중이던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폭발 모습. 연합뉴스

 

 

 

 

 

김병길 주필

 

베이루트항 쑥대밭 만든 질산암모늄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료성분 폭탄원료
2014년부터 창고에 방치하다 폭발

울산공단서도 연간 5만여 톤 취급
2013년 매암동서 유출사고도
공단 유해 물질 연쇄폭발 땐 상상초월

 

지금의 우리나라 대도시는 ‘수명이 다된 낡은 가전제품’에 비유 되기도 한다. 지난 세월 눈에 보이는 실적 주의 개발 행정에만 주력해온 탓에 애프터 서비스가 전혀 안되고 있는 도시를 비꼰 얘기다.

그동안 설치에만 급급해온 모든 공공시설물로 대도시는 언제 불이 꺼지고 언제 기능이 마비되고 또 어느 순간에 폭발해 버릴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수천명의 인명피해를 낸 8월 4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는 전국 최대의 화약고로 불리는 울산시민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레바논은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혜의 요지다. 역사적으로 이곳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다툼이 잦았다. 16~19세기 사이에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이 1차대전 패전국이 되면서 한 때 무주공산이 됐고, 중동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 프랑스가 재빨리 식민지로 삼았다. 1920년부터 23년 동안의 프랑스 식민지배 기간에 레바논에는 프랑스 문화가 깊숙히 뿌린내렸다.

레바논 공용어는 아랍어지만 프랑스어가 준공용어로 널리 사용된다. 국민들도 영어보다 프랑스어에 익숙하다. 베이루트가 ‘중동의 파리’로 불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내전 등으로 ‘중동의 파리’는 크게 망가졌다.

이런 와중에 이번 폭발참사로 레바논은 국가 존망을 가를 위기를 맞고 있다.

사고 원인이 인화물질인 질산암모늄을 소홀히 관리한 인재(人災)로 굳어지면서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참사 6일만에 내각이 총사퇴했다.

이번 사고로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액만 150억달러(약 17조8,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바논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2013년 9월 베이루트 항구에 러시아 회사 소유의 배에 실린 질산암모늄이 도착했다. 조지아에서 모잠비크로 향하던 이 화물선은 기계 고장을 일으켜 베이루트 항에 정박했다. 그러나 레바논 당국자들이 이 항해를 막는 바람에 선주와 선원이 배를 포기 했다는 것이다.

세관 측은 2014년 6월 부터 2017년 10월까지 최소 5차례 하역한 질산암모늄을 계속 항구 창고에 두면 위험하다면서 처리요청 공문을 법원에 보냈다. 세관 측은 이 공문에서 질산암모늄을 수출하든지 군이나 민간 화학 회사에 넘기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금까지 창고에 방치하다가 사고가 터졌다.

베이루트 시민들은 대폭발 후에야 항구 창고에 질산암모늄 2,750t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레바논 언론은 베이루트 폭발 충격파가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0%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질산암모늄은 농업용 비료의 성분이나 효모 배양을 위한 양분으로도 쓰인다. 냉각제나 반도체 제조 공정, 로켓 연료 등 산업용으로도 쓰인다. 특히 가연성 물질과 접촉하거나 기온 등 환경 변화 때 쉽게 폭발해 폭약 원료로도 쓰인다.

이른바 비료 폭탄의 원료가 질산암모늄이다. 북한에서 비료공장을 만든다고 하면 실제로는 로켓 추진체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이야기도 비료(질산암모늄)의 폭발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루트 폭발사고가 질산나트륨이 다른 발화원과의 접촉으로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울산의 롯데정밀화학 전신인 한국비료(삼성정밀화학)에서 한때 비료를 생산하는 등 전국 최대의 위험물질을 취급했다. 이곳에서는 폭탄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나돌았다.

화학물질 안전원이 운영하는 ‘화학물질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울산에서도 연간 약 5만t 가량의 질산암모늄을 취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카프로 등 9개 업체에서 4만9,657.1t을 취급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남구 매암동의 비료공장에서 질산암모늄 일부가 유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울산에서는 1만t이상 유해 화확물질 저장시설을 보유한 업체가 20여 곳에 달하고 울산항에선 연간 1억6,000만t의 액체화물이 처리되고 있어 안전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 액체 화물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울산항은 전국 1위 액체화물 항만으로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2019년 9월 28일 염포부두에 정박중이던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폭발·화재 사고로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폭발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베이루트 폭발사고로 항구에는 축구장 보다 큰 거대한 분화구가 생겼다. 분화구에는 바닷물이 들어찾으며 반경 10km까지 완전 초토화 됐다.

베이루트 참사는 부두를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울산항의 경우는 울산석유화학 공단 유해물질과의 연쇄 폭발 가능성이 커 상상을 초월한다. 1만t이상 유해 화학물질 저장시설을 보유한 업체가 20여 곳에 이른다. 석유화학공단 내 수소가스 등 각종 위험물 저장탱크들은 가공할 폭발력을 지니고 있어 울산시민은 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국최대의 화약고 울산의 고위험 화학물질 관리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 돼야 한다. 울산 시민들은 오늘도 폭발물을 베고 자는 것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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