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 ‘광화문發-고스톱모임’ 연결고리 확인
확진 판정 받기전 노마스크 등산·동기회사무실 등 수차례 만나
당사자들 “기억 안난다” 접촉 사실 숨겨… 울산시 “강력대응”

 

   
 
  ▲ 울산 광화문집회발-고스톱모임 코로나19 집단감염 역학조사 결과. (울산시 제공)  
 

신천지발 이후 울산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화문집회발’과 ‘고스톱 모임’의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8·15 광화문집회를 다녀온 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동기회사무실 등을 통해 11명을 전파시킨 70번 확진자와 2차례의 고스톱 모임을 통해 15명의 집단감염을 일으킨 88번 확진자가 광화문집회 이후 수차례 만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이 애초 ‘거짓말’ 대신 방역당국에 ‘협조’했더라면 ‘고스톱 모임’을 비롯한 최소 17명의 추가 감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광화문집회’ 참가자인 70번 확진자와 ‘고스톱 모임’ 집단감염의 최초 전파자인 88번 확진자는 ‘친구’ 사이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수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익명의 시민으로부터 두 사람이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등산도 함께 다녀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방역당국은 70번 확진자와 88번 확진자의 GPS 정보를 재차 면밀하게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이들을 추궁해 수차례 접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역학조사 결과 70번 확진자는 광화문집회에 다녀온 이튿날인 지난달 16일 오후 4시께부터 2시간 가량 울주군 신남산을 함께 등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70번 확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오후 4시께 남구 신정동의 초등학교 동기회사무실을 방문해 90번 확진자와도 접촉했다. 90번 확진자는 동기회사무실을 관리하면서 이곳에 머물고 있었고, 88번 확진자는 ‘동기’는 아니지만 평소 친분으로 드나들던 곳이었다. 이들은 약 2시간가량 함께 있었다.

나흘 후인 지난달 21일 70번 확진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접촉자로 확인된 90번 확진자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격리됐다. 그러나 함께 만난 88번 확진자는 방역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70번 확진자가 88번과 등산, 동기회사무실 방문 등 접촉 사실을 모두 숨겼기 때문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를 했어야 할 88번 확진자는 이후 도심 곳곳을 활보했다. 70번 확진자의 코로나19 ‘양성’ 판정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88번 확진자도 ‘두통’ 증세가 나타났다. 이틀 후인 24일과 26일, 27일, 29일 4차례에 걸쳐 병원과 약국을 방문했는데, 스스로 건강상 이상을 느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동선이다.

그런데도 88번 확진자는 지역사회 곳곳을 누비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 특히 지난달 25일과 27일 남구 가정집 2곳에서의 ‘고스톱 모임’에 모두 참석해 20여명의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 이곳에서 92~97, 101~105, 140~141번 등 총 13명을 직접 감염시키고, 다시 n차 감염으로 110번과 109번 2명에게도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당초 88번 확진자는 25일 고스톱 모임에만 참석했다고 진술했으나, 역학조사 결과 두차례 모임 모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88번 확진자는 70번 확진자와 접촉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남구의 한 사우나를 이용한 사실도 방역당국에 숨겼다. 이달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134번의 GPS 정보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그는 해당 사우나를 다녀온 사실을 인정했다.

70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초기 88번 확진자와의 접촉사실을 알리기만 했더라도 자가격리 등 방역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을 수 있다. ‘고스톱 모임’과 ‘사우나’ 등 17명의 추가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고스톱 모임’ 확진자 13명의 평균 연령은 71.7세로 ‘고위험군’에 속하며, 입원치료 중인 6명 중 4명이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2명(95번·141번)은 건강상태가 매우 위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접촉사실과 동선을 숨겨 추가 감염을 확산시킨데다, 감염경로 파악을 방해하면서 지역사회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킨 70번·88번 확진자는 방역당국에 뒤늦게 거짓말이 들통 난 뒤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방해한 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역학조사 방해혐의로 고발하고, 방역 등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앞서 70번 확진자에 대해 1억원, 자가격리를 위반한 90번 확진자에 대해 1,000만원의 연대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70번 확진자로 인해 기존 확진자에 이어 ‘고스톱 모임’ 등 총 29명에 대한 전파가 이뤄진 만큼 구상금 규모는 수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88번 확진자에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