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재 시인의 ‘그을음’ 육필원고.  
 

그을음

무릎으로 툭툭 끊어 던져 넣은 날로 속에

토막 난 언어들이 타 다 탁 소리친다

열기가 감도는 동안 타고 있는 시간들

꽃불로 피지 못해

반 접힌 이야기와

살아나지 못한 말들

돌아오지 못한 채로

연통에

눌어붙어서

그려내는 또 한세상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서도 누구는 빛을 안고 승승장구하고, 누구는 전자를 위해 땅바닥에 엎디어 노둣돌(上馬石)이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흑과 백, 빛과 어둠, 이는 서로에게 있어 불가분의 역설이다. 어쩌면 빛은 소멸이고 어둠은 진실을 규명하는 잔류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면서 무엇이 되지 못했다 해서 마음 쓸 일도 아니다. 되짚어 보면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가 결과일 수도 있겠다. 보이는 현상은 곧 빈 것이라 했다. 모든 일에 겸허해야겠다.

●시조시인 박홍재(朴弘在·1953년~ ). 경북 포항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중어중문학과 졸업. 2008년 「나래시조신인상」 『국밥집에서』 외 4편으로 문단 데뷔. (주)대우정밀〈전 국방부조병창〉 35년 근무. 시조집 《말랑한 고집》. 제7회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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