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띵하고 속 매스꺼워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어
  한밤중 공장 찾아가 항의도”
  악취통합관리 ‘사각지대’
  군 “시스템 보강 힘쓸 것”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인근 주민들의 ‘악취’ 고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무림P&P(무림피앤피) 울산공장이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악취 저감시설 구축은 하세월이다.
울주군이 신속한 대처를 위해 13억원을 들여 악취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한계가 있는 현실이다.

“평생 맡아본 적도 없는 냄새예요. 정말 기분 나쁘게 코를 찌르는 거. 시큼한 것도 아닌 것이, 병원 소독약품보다도 더 독한 화학약품 냄새. 어떨 때는 머리가 띵하고 속이 매스껍기도 하고. 이게 벌써 10년도 더 반복되고 있다는 게 기가 막히지 않아요?”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살고 있는 A씨는 온산공단 ‘악취’로 매일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2004년 이곳에 처음 터전을 잡았을 때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충격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온산공단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울주군에 민원도 제기해봤다고 했다. 한동안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악취의 주범이 무림P&P 울산공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16년이 지나도록 A씨는 이 ‘악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밤중에 공장에 달려간 적도 있다.
“그날 출근하기 전에 이상하게 냄새가 많이 난다 싶었는데, 오후 3시 넘어서 집에 돌아왔는데도 그 냄새가 그대로인 거예요. 공장 관계자한테 항의 전화를 했는데 통화는 안 되고, 냄새는 심해지고…. 별 수 없이 공장으로 쫓아갔죠. 그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공장 앞에서 밤을 꼬박 샜죠.”

무림P&P는 온산공단의 대표적인 악취발생 사업장이다. 울주군이 올 4월 13억원을 들여 악취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무림P&P 정문과 옥상에도 악취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설치됐다. 이 센서는 일정 수준 이상 악취물질이 감지되면 실시간으로 농도를 측정하고 모니터링이 가능한 장치다.
지난 7월 10일 악취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이 센서가 작동하긴 했다. 일정 농도 이상의 악취물질이 감지돼 ‘나쁨’ 수준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센서에 감지된 수치는 행정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었고, 인근에 설치된 무인 포집기도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울주군 담당 공무원은 결국 현장에 나가 직접 ‘포집’을 실시해 악취물질이 규정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고, 시설개선을 명령했다.
군 관계자는 “공장에서 악취물질이 배출될 수 있는 곳이 많고, 무인 포집기 위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에 직접 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센서는 세가지 악취물질을 감지하지만,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진 않는다”면서 “기상상황 등 여건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사업장의 책임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현장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공휴일과 주말, 야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무림P&P 측은 악취물질을 줄이기 위한 방진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올 3월 준공을 계획했던 시설은 오는 11월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울주군은 방진시설이 완료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A씨는 “무림P&P 측에서 그동안 몇번이나 찾아와서 개선 약속을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재 공정률이 60%라는데, 11월에는 마무리된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울주군은 악취통합관리시스템을 지속해서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 환경부에 무인 포집기 5대 설치를 신청했고, 내년에는 4대를 추가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시스템을 통해 신속한 대응을 위해 보다 촘촘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요구한 진하해수욕장의 무인 포집기 설치 건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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