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울산 북구 정자활어직매장서 화재로 훼손된 내부 시설이 철거되고 있다.  
 
   
 
  ▲ 17일 울산 북구 정자활어직매장 출입구 문이 화재로 인해 깨지고 그을려 있다.  
 
   
 
  ▲ 화재로 전소된 울산 북구 정자활어직매장 17일 내부 모습.  
 

17일 찾아간 울산 북구 정자활어직매장 일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철을 맞았지만 이곳은 상인과 손님들의 흥정하는 소리 대신 깨진 수족관과 녹아내린 진열대를 뜯어내는 소음이 가득했다.
지난 3일 발생한 화재로 매장 36곳과 초장집 1곳, 카페 1곳이 불 타면서 정자활어직매장은 2주째 문을 닫은 채 철거작업이 한창이다.
가을 전어철도, 추석 대목도 다 놓치게 된 상인들은 마스크를 써도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찌르는 철거현장 안에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애간장이 타내려가는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올해 코로나19에 태풍에 힘들다 힘들다 해도 추석 대목하고 가을 전어철만 생각하고 이 악물고 버텼는데….우리야 자식 다 키워 독립시켜 괜찮다쳐도 처자식 먹여살릴 젊은 친구들은 우째야 하겄노.”

정자활어직매장은 이번 화재로 인해 복구공사 완료시까지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곳뿐 아니라 인근 초장집 10여곳과 횟집 등도 추석과 전어 대목을 앞두고 직격탄을 맞았다. 수족관이 없는 초장집들은 직매장 영업 중단으로 활어를 구할 수 없는데다 영업 중단 소식이 퍼지며 손님마저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 초장집 주인은 “불이 난 이후로 이곳의 초장집들은 장사를 못해 수입이 0원”이라며 “월세만 200만, 300만원씩 내야 하니 이를 어째야 할지 모르겠고 사람들이 다시 안 찾을까 걱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일부 상인들은 임시로 수족관을 설치해서라도 장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철거현장을 지켜보던 상인들은 "지난해 정자활어직매장의 신축 후 누수, 소방벨 오작동, 전등 고장 등 여러 하자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면서 "이 때문에 아무도 없던 이곳에서 하자로 인한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니겠냐"고 의심했다.
북부소방서는 “아직 조사중인 사안”이라면서 지난 3일과 4일 이틀 간 울산경찰청 과학수사대와 합동감식 등을 바탕으로 이달 말께 정확한 화재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상인들은 조속한 영업재개와 보상문제에 힘써줄 것을 북구에 요구하고 있다. 한 상인은 “지난번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불이 났을 땐 관공서가 임시점포도 마련해주고 여러 지원책이 있었는데 우리는 불난지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지난해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당시 울산시와 남구는 임시영업장을 마련하고 점포당 200만원씩 생계비 지원, 건강보험료 납부 유예,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수업료 면제 등 지원대책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북구는 우선적으로 영업재개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 시설물 철거와 조속한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정확한 화재원인 결과가 나오는대로 피해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이동권 북구청장이 피해 상인들과 만나 임시 영업장 설치 등 각종 방안에 대해 검토했으나 시설이 협소하고 또다른 사고 위험도 있어 어촌계와 협의 끝에 가장 빠른 시설복구를 통한 영업 재개를 결정했다”면서 “11월까지 시설 복구를 통한 영업 재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생계비 등 각종 지원 문제는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진 뒤에 구체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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