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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추석…‘오지말고 너거 꺼정 쉬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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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9.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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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고향 어르신 ‘오지마라’ 영상편지 띄우곤
‘그래도 올끼라’며 미련 남기기도
 조선시대 때도 역병 돌때는 이동 중지

 예년 추석 3,200만~3,600만명 대이동
‘조상모시기’ 풍습 때문에 가족 모여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올 추석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배로 받을 게’(충남거리 현수막) ‘아범아 선물은 택배로’(전북 주민 피켓 문구) ‘불효자는 “옵”니다’ 추석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거리 현수막이 유난히 눈길을 끄는 올 추석맞이 풍경이다.
“에미야, 올 추석에는 코로나 때민에 저거하고 너거집에서 쉬래이” “○○야 올해(추석)는 너거꺼정(너희들끼리) 쉬라. 꼼짝말고 가마이 들어 앉았고 코로나 숙지거든 온나”
“○○야, ○○야 너들도 아~들 때무로(때문에) 욕본다. 아~들 학교도 못가고, 내걱정은 마라. 내는 잘 있다. 모두 잘 지내거래이”
“며늘아, 사람 마이(많이) 댕길 때 추석이라고 오지 말고 추석 쉬고 나거든 사람 적게 다니고 조용할때, 내려오고 싶거든 내려온나, 며느라 사랑한다”
 

정부가 추석 연휴부터 한글날을 포함한 연휴 기간이 하반기 코로나19 방역에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가운데 지난 16일 충남 청양군 거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청양군 제공




경북 의성군에서 혼자 사는 1873명의 어르신 중 300여명의 영상편지들이다. 어르신들은 영상편지로 ‘너거꺼정 쉬어라’ ‘올해는 오지마라’ ‘난중에 조용하면 온니라’고 하면서도 어떤 어르신은 촬영이 끝난 다음엔 ‘그래도 올끼라’라며 미련을 남기기도 했다.
코로나의 위중함을 아는 어르신들은 ‘추석 신예기(新禮記)’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조선 후기 대사헌을 지낸 귀암 이원정의 13대 종손 이필주씨(78)는 종친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올 추석 고택(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에는 기족이 모여야 한다고 여기는 집안도 있다. 자칫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양가 중 한쪽은 거리두기를 지키는데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갈등을 줄이려면서 거리두기 추석을 지키려면 올해 만큼은 양가 모두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을 세웠다면 “추석에 못 간다”는 말은 며느리나 사위가 아니라 아들, 딸이 직접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꼭 필요한 ‘비대면 명절’이 자칫 고부(姑婦) 갈등이나 장서(丈壻)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전염병이 발생해 궁궐 나인이 병들어 죽자 종묘 제사를 지내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1534~1591)의 ‘초간일기’는 1582년(선조 15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조상께)몹시 송구했다’고 기록했다.
조선 후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안동 하회마을의 류의목은 『하와일록』에서 1798년(정조 22년) 8월 14일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했다.
경북 예천군에 살았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였다’면서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들께 송구스럽다’고 적었다.
추석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이유로 ‘조상을 모시기 위함’을 꼽는 이가 있다. 명절에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걸 조상에 대한 큰 불효라고 여기는 탓이다.
하지만 유교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일단 ‘명절 제사’란 개념 자체가 오해라는 것이다. 유교에는 조상이 돌아가신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만 있을 뿐 명절 제사는 없다. 제철음식을 후손들만 먹는 것이 죄송스러워 조상께 음식을 올리는 ‘차례’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차례상 규모가 크지 않았다.
단순했던 차례상이 제사상 수준으로 복잡해진 것은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서로 양반 경쟁을 벌이다 생긴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오랜 명문가일수록 제사와 차례를 성대히 지냈을 것이란 것도 오해다. 오히려 일찌감치 시대 흐름에 맞춰 간소화하고 여성의 명절 노동을 줄이려 신경 쓴 곳이 많다.
의식이 있는 선조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현실에 맞게 예법을 해석했다. 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는 ‘윤회 봉사’. 형제가 제사 음식을 각자 준비해 오는 ‘분할봉사’. 사위가 장인 장모의 제사를 지내거나, 딸과 외손이 제사를 잇는 ‘외손봉사’등이 그 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약 8개월동안 뉴스 순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 뉴스가 지겹다.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의 추석 연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면 10월 4일까지 무려 5일간의 연휴가 된다. 또 10월 9일부터 사흘 연휴가 있어 이 기간에 코로나19 감염에 무장해제가 될 것만 같아 우려된다.
예년의 통계로 보면 통상 추석 연휴기간에 약 3200만명에서 3600만명이 대이동했다.
지난 5월과 8월에 연휴를 지나자마자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거리두기가 격상되는 공포를 겪었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서 스스로 감염 대상을 정하고 목표 지향적으로 진격하지 않는다. 
정부가 지정하는 필수 요원만 남고 전 국민이 1주일만 완벽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바이러스의 대이동은 일단 막을 수 있다. 5천만 국민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추석이라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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