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의 보루로 알려진 검찰에서 ‘대쪽검사’들이 사라지고,  ‘애완용 검사’, ‘어용검사’들로 채워졌다는 한숨소리가 들린다. 

떡검(떡값 받는 검사), 섹검(성추행 검사), 벤츠검사, 스폰서검사, 정치검사 같은 말들이 상징처럼 들리던 시절도 있었다.

전관예우를 거부하고 로펌도 마다한 ‘대쪽검사’로 소개됐던 검사는 여당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대쪽같은 공직자’라고 떠받들던 인물들은 축출대상으로 전락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더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의구심을 면치못하는 사법부의 판사들도 ‘대쪽’이란 수식어를 그립게 한다. 지나치게 대쪽 같아서 악명(?)이 자자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는 오랜 투병끝에 최근 세상을 떠났다. 

대나무의 상징어는 ‘직절허심(直節虛心)’, 혹은 ‘허심직절(虛心直節)’이다. 속이 비고 곧아 절개가 있다는 얘기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킨 것이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계절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라고 기렸다.

대나무는 땅 밖으로 싹이 나기 전 땅속으로 먼저 자란다. 대나무 씨앗은 1년은 커녕 2~3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그곳에 대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즈음, 5년째 되는 해에 딱딱한 땅을 뚫고 죽순을 내민다. 

죽순을 틔우기 전에 4년 간이나 뿌리를 십수미터까지 뻗는다. 땅속의 영양분과 수분을 충분히 빨아올릴 수 있도록 촘촘하게 뿌리를 뻗어 나간다. 대나무밭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까닭이다.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 강결이 여기서 길러진다.

그런데 지난 9월,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태화강 십리대숲을 초토화 시켰다. 대숲 산책로를 걷다보면 사방에 꺾이고 쓰러진 대나무들이 마치 설치미술을 보는듯 하다. 쓰러지고 꺾인 그대로 한달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구 잘라내고 뽑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대나무의 속성인 것 같다. 초토화된 태화강대숲은 쓰러지고 꺾인 ‘대쪽검사’, ‘대쪽판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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