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남은우·그림=박지영 | ||
나팔꽃
장철문
꽃도
해가 지니까
나팔을 챙겨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리는
그냥 자기 그래서
가만
가만
땅거미를 데리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서
먼 산까지 가서 메아리도 치고 온다
-계간『동시발전소』(2020, 가을호)
◆감상 노트
아침이면 호랑거미 마을을 향해 붐붐붐 기상나팔을 울려대던 나팔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팔소리가 시드니 호랑거미들도 힘이라곤 없다. “일어나! 해가 높이 떴어.” 거미줄을 잡아 흔들던 내 손도 심심하긴 마찬가지다. 나팔꽃 가장 푸른 때를 노래한 시인. 해 저물도록 나팔꽃과 눈 맞춘 시인은 참 행복했겠다. 나팔 저 아래 소리를 누인, 나팔꽃들의 저문 발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먼 산 메아리를 뚜, 치는 나팔들 입술 언저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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