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희 울산상공회의소 울산지식재산센터장

 

시대 변화 맞춘 울산 중기 특허 출원·지역점유율 늘었지만
정부와 지자체 비대면산업 육성 흐름에 적응해 보폭 맞춰야
코로나19로 새로운 시대 열린만큼 적극적으로 도전해보길   

 

 

그동안 ‘울산 중소기업’ 하면 높은 대기업 의존도와 낮은 기술자립도,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 자생력 저하’가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래서 울산산업 역시 대기업 의존도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주장 또한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9년 당시 울산상공회의소와 울산시는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기술개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의 중소기업 저변 확대’를 꼽았다. 그리고 기술지원을 위해 특허청으로부터 지식재산창출지원사업을 유치했으며, 2012년에는 특허와 브랜드에 이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지식재산 전 영역에 대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그 결과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2012년부터 ‘출원인 유형별 지역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울산지역 기업의 특허 출원량은 2013년 이후 제조업 침체와 맞물려 감소하게 된다. 특히 2010년 울산지역 전체 출원의 49%를 차지하던 대기업의 출원(875건)은 2019년 121건으로 급감하게 되고 지역점유율 또한 5.3%로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2012년 이후 출원량과 지역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출원량은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 2019년 성장률은 28.8%에 달한다. 특히 지역점유율 면에서는 2017년부터 대기업을 앞지르기 시작해 2019년에는 지역에서 가장 큰 36%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우려와 다르게 울산의 중소기업들은 시대변화에 반응하며 생존하기 위해 조금씩 변화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들의 연구역량이 아직 전통적 주력산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켰다고 이야기한다. 단지 우리가 필요성을 못 느껴 100% 활용하지 않았을 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사회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게 됐다. 이로 인해 전통적 제조업이 멈춰있는 기간 동안 비대면 산업은 급성장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들이 비대면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울산의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변화 흐름에 적응해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비대면 산업’ 하면 페이스북, 구글, 줌, 쿠팡 등 플랫폼 산업만 떠올려, 나와는 별개의 분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고한 34대 전략분야, 88개 비대면 품목들을 보면 그중 ‘플랫폼’은 13개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제아무리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소재가 필요하고, 부품이 필요하고, 장비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플랫폼만 한다면 누가 그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 우리 중소기업들은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의 특허출원 기술 중 비대면 산업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전기 및 기구(器具) 분야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3년 간 비중에서는 전기기계/에너지가 9.2%로, 9.1%인 운송을 앞질렀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바이오, 오디오/영상, 전자상거래, 컴퓨터 기술에 대한 출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모두가 비관하고 있는 울산 중소기업들에 대해 방향은 바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언텍트 사회로의 강제 변화가, 우리 기업들에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변화에 기업은 채찍을, 정부와 지자체는 당근을 가하면 된다.

이미 울산의 미래는 새로운 시대가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방향도 제시해 주었다. 단지 시간과 속도가 문제다. 이제 선택은 기업의 몫이다. 그 선택의 타이밍에 울산의 미래는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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