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상온 노출·백색 입자 발견
  10대·70대·80대 잇따라 숨져
  접종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도
“정부에서 빨리 조치 내려줬으면”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거의 포기했다고 봐야죠.”

20일 오전 울산 동구 일산동 인근에서 만난 정모(72·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만 70세 이상으로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에 해당되지만 최근 백신을 둘러싸고 갖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감 접종을 맞아야할지 고민이다.

백신 상온 노출에 이어 백색 입자까지 발견되면서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은데다가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받은 10대 고교생과 전북 고창에서 70대 여성이 돌연 사망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그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독감 접종을 필히 받을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접종포기까지 염두 해두고 있다.

정씨는 “최근 구청에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맞으라는 안내문을 전달받았는데 오늘 70대 여성이 독감 백신 무료접종 이 후 돌연 사망한 것을 보니 맞아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 중”이라면서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받아오던 대상자 사이에서도 백신 무료접종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울산시에 따르면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인 6개월~18세 16만6,823명 가운데 62.6%인 10만4,432명이 접종을 완료했으며, 임신부는 2603명 가운데 72.9%인 1898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무료접종을 받지 않은 시민들이 사이에서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 이후 돌연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나오면서 접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독감주사 맞으셨나요? 기사를 보니 맞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걱정이네요”, “올해 독감 안 맞을 생각이신 분은 안계신가요” 등 백신 무료 접종을 두고 고민하는 내용이 다수 게시됐다. 이 글에는 “독감을 맞으라는 건지 맞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독감으로 사망자가 나왔단거 보고 처음으로 독감주사 한해 넘길까 고민했어요.”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또 이미 아이들의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마친 부모들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한모(37·여)씨는 “지난주에 아이들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겨우 맞추고 한시름 덜었다 생각했는데 사망 뉴스를 보니 너무 무섭다”며 “아이들 건강을 위해 맞힌 건데 괜히 맞춘건가 싶고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학교에서나 정부에서도 올해 코로나19로 독감주사를 권장하는 분위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 사망원인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와 접종과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역학조사와 피해조사반의 조사 등을 통해 인과관계에 대한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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