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자녀 출산과 입양도 ‘실적’으로 간주해 적게는 0.5점에서 많게는 2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육아휴직을 쓰는 공무원에게 무조건 ‘우’이상의 근무성적 평점을 주는 시책으로 타 시·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의 공무원상’을 받아야 0.3점의 실적가산점이 쌓이고, 공무원 승진인사 때 소수점 이하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최하 0.5점의 가산점은 공직사회에선 엄청나게 큰 점수다.
울산은 25년 뒤인 오는 2045년에 인구가 98만9,000명으로 줄어 광역시 승격 기준인 ‘인구 100만명’선이 붕괴된다는 전망이 나온 터라, 시가 저출산 극복에 주파수를 딱 맞춘 ‘워라벨’(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시책 발굴에 안간힘을 쏟는 분위기다.
이런 사실은 울산시가 20일 일선 구·군이 다 모인 자리에서 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주재로 진행한 ‘지방자치 인구정책 2차 좌담회’를 통해 확인됐다.

#2045년 울산 인구 100만명선 붕괴...광역시 승격 전으로 퇴행
울산의 인구절벽 위기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이날 좌담회 역시 주력산업 위기 속에 잇따르는 탈울산 행렬,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울산시가 지난 2월 발표한 ‘울산 인구증가 대책 2020년 시행계획’ 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18년전인 지난 2002년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이후 지금껏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울산 ‘합계출산율’은 △2010년 1.36명에서 △2014년 1.43명 △2015년 1.48명으로 2년간 반짝 증가하는 듯하다가 △2016년 1.41명 △2017년 1.26명 △2018년 1.13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평균 출생아 숫자를 뜻한다. 지난해 전국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집계된 것보단 형편이 낫지만 평균 1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출산율이 줄면서 최근 5년간 울산 학생수 추이도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울산 유·초·중·고 학생수는 17만1,218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15만1,412명으로 1만9,806명이 줄었다.

반면 울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8.5%이던 것이 올해는 12%, 2030년에는 22.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래인구전망이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울산 인구는 △2017년 115만9,000명 △2020년 114만명 △2025년 117만명 △2030년 109만9,000명 △2035년 107만2,000명 △2040년 103만5,000명 △2045년 98만9,000명 △2047년 96만8,000명이다.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 당시 인구 101만3,700명인 도시였는데, 불과 25년 뒤엔 광역시 승격기준인 100만명선이 붕괴되는 것.
단, 인구가 100만명 이하로 떨어져도 1996년 12월 1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울산광역시 승격 법률안’이 바뀌지 않는 한, 울산의 광역시 자격은 계속 유지된다.

#저출산 극복 공직사회서부터...다자녀도 ‘실적’
2017년 대비 2047년 인구 증감률을 셈하면 울산은 16.5%(19만1,000명)으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인 4.8%(245만1,000명) 보다 무려 3.4배나 높다.
지난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 추이를 분석한 끝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종족은 한국”이라고 꼬집었는데, 전국 평균보다 인구 감소세가 훨씬 가파른 울산시로선 이 예견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시는 올들어 일단 공직사회서부터 다자녀가정을 팍팍 지원해주는, 이른바 ‘최적화된 워라벨 조성’ 시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시책이다. 올해 1월부터 공무원이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하면 ‘실적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첫째는 0.5점, 둘째는 1점, 셋째는 1.5점, 넷째부터는 2점이다. 한해에 3명 정도만 받을 수 있는 올해의 공무원상 수상자에게 0.3점의 가산점이 주어지는 만큼 0.5~2점은 굉장히 큰 점수다.
지난 4월부터는 육아휴직을 쓰는 공무원은 남녀 차별없이 근무성적을 매길 때 ‘우’ 이상의 평정을 부여하고 있다. 근무성적평정은 ‘수’, ‘우’, ‘양’, ‘가’ 4등급으로 나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 이상을 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한 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시도여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타 시·도의 경우 울산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둘째자녀부터 ‘우’ 이상 평점을 주는데, 울산은 첫째자녀부터 ‘우’ 평점을 준다.

이밖에도 임신기간 동안 열흘의 범위 안에서 임신검진 휴가를 쓸 수 있고, 다 못쓴 연가는 저축해뒀다 10년 안에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공무원은 주당 30시간 안에서 자녀돌봄 시간선택제로 전환해도 된다. 지난해까진 만 8세 자녀까지만 자녀돌봄 시간선택제가 허용됐는데 올들어 기준이 완화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60~70년대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정책 구호가 유행했지만 2000년대 이후론 ‘아빠, 하나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 갖고 싶어요’, ‘자녀는 평생 선물, 자녀끼리 평생 친구’로 구호가 바뀌었다”며 “좌담회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다양한 정책을 수렴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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