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렌터카 업체를 앞세워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은 뒤 돈만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속아 투자한 피해자는 약 400명. 피해 금액도 110억원에 이른다. 수백여명의 피해자들은 마음을 졸이며 1심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울산에 거주하는 A씨는 2018년 지인으로부터 솔깃한 사업을 소개받았다. 고수익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대신 소개해주는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했다. 펀딩 업체는 부산 해운대에 유명한 렌터카 업체를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금을 모아 렌터카 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렌터카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말이 꽤 번지르르했다. 렌터카 업체의 사업자등록증까지도 확인한 A씨는 그해 9월 출자계약서를 작성하고 2,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 첫달 약속한 70만원의 수익금이 입금됐고, A씨는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불안감을 지워냈다. 하지만 ‘수익금’이라며 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은 그리 길지 않았다. 3개월여만에 펀딩 업체와 렌터카 업체는 묵묵부답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던 사업은 다단계 사업이었고, 지인은 울산지역 ‘모집책’ 역할을 했다. 투자금의 일부는 그 지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울산지검의 수사 결과 A씨와 같이 이들 사기 행각에 피해를 입은 이들은 3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이들이 범행을 통해 가로챈 피해금액은 110억원을 웃돈다. 피해자 한명당 평균 2,800여만원 상당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셈이다.

당시 렌터카 업체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줄 수 없는데도,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렌터카 업체 대표와 펀딩 업체 대표를 각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공범 1명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 8월부터 시작돼 최근 3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배상신청 사건만 해도 170여건에 이르고, 피해자들은 피가 마르는 심경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 핀테크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내세운 신종 사기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용어 자체가 생소해 이해가 쉽지 않은 점을 노려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데도 정부 정책 등 정보와 연결 지어 사실상 ‘다단계’ 형태로 돈만 가로채는 수법도 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P2P(개인간 직거래방식) 등 신규 사업 설명회 명목으로 각종 다단계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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