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성 울산환경교육센터 팀장

십리대숲 대나무 활용 주변 정비·기념품 생산
방문자 체험 다양화·활용과정 SNS 공유 통해
주민 일자리·수익 창출되면 더할나위 없을 것

태풍 마이삭이 울산을 할퀴고 지나갔다. 강풍으로 인한 정전과 시설물 피해가 있었고, 울산의 명소인 십리대숲에 큰 상처를 남겼다. 많은 대나무들이 꺾이거나 쓰러졌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울산시는 신속하게 수습에 나섰다. 부러진 대나무들을 정리해서 한 곳에 모으고, 공익 목적의 대나무 활용처에 대한 수요를 조사했다. 태풍에 쓰러진 대나무들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 다양하고 참신한 시도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울산에는 명확한 대나무의 사용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대나무로 바구니를 만들지 않는다. 조리나 채반, 갈쿠리도 만들지 않는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들어 사용하던 대나무 생활용품들은 이제 플라스틱이나 저렴한 수입산 대나무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태화강의 대나무 숲에서 나온 대나무로 무언가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로 지역의 주민들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있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제작자들의 숙련도가 올라가고, 판매를 통한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십리대숲은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니 대나무를 활용해 주변 인프라를 정비하고, 기념품을 만든다면 방문자의 체험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대나무를 활용해야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래로 석탄과 석유의 형태로 땅 속에 저장되어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열과 에너지를 얻었다. 또한 숲을 베어버리고, 초원을 갈아엎고, 습지를 매립해 도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표 위, 아래에 저장되어있던 탄소들은 이산화탄소(CO2)의 형태로 대기중에 떠다니게 되었으며, 이 온실가스들이 지구 전체의 기후를 교란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숲을 가꿔야 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대나무는 아주 빠르게 자라는 종이다. 그 말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아주 빠르게 고정할 수 있는 종이라는 뜻이다. 
철새공원처럼 대나무 숲을 서식지 보전의 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대나무 숲은 지속적인 솎아베기를 필요로 한다. 솎아베기를 통해 숲의 밀도를 조절하고, 숲 바닥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솎아베기를 통해 숲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어린 대나무가 자라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대나무는 베어내어 벤치나 탁자 등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만듦으로써 대나무 안에 고정된 탄소들이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대나무로 만든 물건을 이용하게 되면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들을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대나무로 만든 물품들이 플라스틱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나무로 만든 물건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 유튜버 리즈치(李子柒, liziqi)는 대나무를 잘라 벤치를 만드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는데, 조회수가 무려 오천만회가 넘었다. 죽순으로 요리를 만드는 영상의 조회수도 오천만회가 넘는다. 우리는 대나무를 활용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나무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 할 정도로 그 활용도가 다양하다. 대나무가 자라는 곳에는 반드시 대나무를 자원으로 쓰는 물건이 발달된 문명이 있을 정도이다. 식기, 장신구, 무기 등 정말 다양한 곳에 쓰인다. 대나무 군락이 거대하다면 뗏목을 만들거나, 건축재로 쓸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진지하게 대나무의 활용처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십리대숲 옆에 대나무 벤치와 대나무 평상이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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