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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Nice to meet you,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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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영 백합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0.11.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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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논란으로 시작했던 ‘전화영어’
영어 부익부 빈익빈 목소리 있었지만
오히려 교육기회 평등으로 효과 톡톡 

이미영 백합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전화영어 언제해용? 빨리 하고 시푼데...’
다듣 전화영어 2회차인 지난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9시. 학원에 지친 아이들이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을 즐길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얼굴도 보지 못한 학생의 메시지만으로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전화영어를 기다릴 모습이 그려지며 절로 미소가 퍼진다. 지난주 처음 전화영어를 시도했을 때 얼마나 부끄러워하던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땀을 흘렸을 다듣(가명)이가 이렇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며 선생님을 기다리다니.

울산시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과 원어민 수업의 기회 확대 및 영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2020년 울산형 초등영어교육 ‘다듣영어’를 개발하고, 코로나로 인해 울산지역의 다양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찾아가는 영어마을’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원어민과 일대일 전화영어를 기획하게 됐다. 선착순으로 진행한 1학기는 전화영어를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아마도 영어학원에서 원어민을 만나본 경험도 있었을 것이고 부모님께서도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었던 학생으로 여겨졌다.

2학기는 1학기와는 달리 본격적인 영어 학습의 물꼬트기를 시작하는 3, 4학년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느린학습자를 추천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다. ‘한글도 어려워하는 학생에게 영어대화가 가능한가?’, ‘느린학습자에게 얼굴도 보이지 않는 원어민과의 전화 영어는 공포다’ 등.
첫 시간은 예상대로였다. 학생들은 원어민의 간단한 지시사항도 이해하지 못했으며 발음도 부정확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목소리도 작았다.

하지만 2회기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적응하고 변했다. 원어민과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3회기에는 1회기에 배운 “Nice to meet you too”로 인사했으며, 한국인 선생님의 해석이나 도움 없이도 원어민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따라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상승해 목소리도 커지고 발음도 정확해지며 부분적으로 프리토킹도 시도해보는 등 회기가 진행될수록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1, 2학기 전화영어를 진행하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에 대해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고 영어동화를 읽으며 3학년 정규영어 학습을 시작할 땐 이미 원어민과의 프리토킹이 가능한 친구들과 노출은 커녕 3학년이 돼서야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이 혼재하는 교실에서 제대로 된 영어교육이 될 수 있을까? 3학년 교육과정에서 알파벳과 파닉스를 처음 시작하지만 정작 알파벳과 파닉스를 모르면 느린학습자로 느껴지는 교실수업에서 영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친구 옆에서 스스로를 느린학습자로 치부하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급속도로 잃어간다.

그런 와중에 전화영어에서 자신만을 대상으로 원어민 선생님이 말을 걸고, 한국인 선생님이 “다듣이 발음 정말 좋다” “대단하다” “전화영어는 힘든 건데 어쩜 이렇게 잘하니?” 등 아낌없이 칭찬 하자 단 몇 회기 만에도 학생들이 놀라울 만큼 자신감이 향상된 걸 보고 공교육이 실현해야 할 것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가는 영어마을은 과학관이나 박물관, 소방서 등 다양한 외부공간에서 진행돼 부모님의 관심과 조력 없이는 참여가 어렵다. 게다가 원어민의 전체 설명 후 각자 체험 활동으로 진행되어 원어민과의 일대일 대화 노출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에 비해 전화영어는 10분 동안 일대일로 진행하니 언어 노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보호자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전화만 있으면 가능하니 이 또한 교육기회 평등이 아닐까 생각했다.
4회차 전화영어를 마치는 날, 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듣(가명)이가 영어를 많이 좋아하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2학기 전화영어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정말 스펀지 같은 존재구나. 기회만 되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미리 속단하고 마음으로 포기해버린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놓치고 주지 못했던 기회들은 무엇이었는지 지난 시간이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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