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파병된 명나라 군인들이 생선회를 먹는 조선사람을 보고 비웃었다는 얘기가 ‘어우야담’에 등장한다. 임진왜란 무렵 중국 사람들 식탁에서 생선회가 사라졌다. 이를 14세기 전염병 확산과도 연관 짓기도 하나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국 식탁에 초밥이나 생선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회를 먹기 시작하면 횟감용 활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이 최근 진담이 되고 있다. 물류체계 개선으로 내륙지역에서도 냉동 및 신선해산물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이 전 세계 바다에서 해산물 싹쓸이에 나섰다는 얘기다. 중국의 해산물 소비량은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도루묵 생각이 나는 계절이다. 인디언 몇몇 부족은 11월 ‘기러기 날아가는 달’, ‘많이 가난해지는 달’이라고 부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루묵 알이 꽉 들어차는 달’이라 한다면 조금은 넉넉해지고 푸근해진다.

권력과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편을 갈라 악다구니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미천한 생선이 알려주는 세상의 진리, 그래봤자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다.

물고기는 말을 못하지만, 우리는 물고기를 두고 말을 한다.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 가을 하면 잊을 수 없는 생선. 전어의 지방 성분이 봄, 겨울보다 가을에 최고 3배나 높아 ‘깨가 서말’이라는 속설을 뒷받침한다. 돈 전(錢)자 이름은 빈부귀천(貧富貴賤), 돈을 따지지 않고 맛있게 먹는 생선이라는 데서 연유되었다.

가을은 각자의 시간, 각자의 공간으로 나뉘는 계절이다. 같은 뿌리, 같은 가지에서 났던 상수리들도 열매가 되고 씨앗으로 여물어 각각 헤어진다. 어느새 겨울로 향하고 있다. ‘춥다’는 말을 더 자주하게 되는 계절이다. 빈부귀천, 돈을 따지지 않고 맛있게 먹었던 전어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가득하던 그 옛날 도심의 골목길. 주머니 사정 어렵던 청춘들의 우정과 낭만을 마음놓고 풀어놓던 전어 골목이 그립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