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마스크 직장인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쟁 최대의 병기는 마스크다. 연합뉴스

 

 

김병길 주필

‘죽음이 내 가까이 와 있다’ 인식하면서
‘코로나형’ 인간으로 길들여져
 문 밖 나서려면 신발 신듯 마스크 챙겨

 사회·경제적 피해, 거리두기 피로 심각
 이제 진료병상 등 늘려 전략 바꿔야
 독감 대비 못하면 혹독한 겨울 맞을 듯

 

옷은 홀랑 벗은 채 마스크만 쓴 사람들이 해변과 거리를 오가고 있다. 이색 풍경이다. 

프랑스 남부 유명 누드 해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누드 해변 옥시타니의 리조트 ‘카프 다그드 나체주의 마을’ 투숙객 95명과 이전 방문객 50명 등 15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지역은 매년 여름 휴가철에 하루 최대 4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해변뿐 아니라 리조트 내 음식점, 상점, 우체국, 은행 등을 방문할 때도 옷을 입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알몸의 인파가 마스크 등 개인 방역장비 없이 다니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곳 경찰은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입은 마스크로 가려달라”고 호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시행 이후 목욕탕-수영장에서도 물 속이나 탕 안이 아닌 탈의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환상의 섬’ 브라질 페르난드 지노로야 군도에서는 지난 9월 1일부터 다시 관광객 출입이 허용됐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앓았다가 회복된 관광객만 입도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군도에 입도하려면 최소 20일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증명하는 유전자 증폭검사(PCR) 결과나 신종코로나 항체 보유를 확인한 혈청 검사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고만 그 이유를 밝혔다.

‘폭염의 도시’ 대구는 지난 2월 말을 기점으로 오명을 하나 더 얻었다. ‘코로나의 도시.’ 신천지발(發) 코로나19가 대구 분지에서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기피 지역 1순위에 올라 ‘유령 도시’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 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확진자가 쏟아졌어도 대구만큼은 한동안 ‘열외’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7월 4일 1명의 확진자를 마지막으로 8월 15일 0시까지, 43일간 코로나19 지역 확진자 0명의 기록을 세운 도시다. 인구 240만의 대도시에서 쉽지 않은 기록이다.

마스크를 소홀히 한 채 대구 친척집을 찾은 서울 송파구 30대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비록 그 기록은 깨졌지만 ‘43일간 0명’ 기록의 비결은 최근 수도권 중심 연일 확산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결은 첫째도 마스크, 둘째도 마스크에 있다. 43일의 기록이 깨진 이후 지역에서 발생한 31명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 ‘전파 자도 감염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로 밝혀졌다. 따라서 ‘마스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있어 최대의 병기’ 였다.

어느 사이 죽음이 내 가까이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시간이 가면서 코로나 시대의 삶에 꾸역꾸역 길이 들고 있다.

문 밖을 나서려면 신발을 챙겨 신듯이 마스크를 챙긴다. 마스크가 이제는 신발이나 옷처럼 없으면 안된다.

코로나가 초래한 낯선 삶에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도 모두가 ‘코로나형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는 함께 밥 먹는 일로 서로의 친분을 확인한다. 함께 밥 먹는 자리는 화해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 자리가 피해야 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한편 굳이 함께 밥을 먹지 않아도 될 회식, 습관적인 만남 등이 코로나 이전에도 얼마나 많았는가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여행은 얼마나 자유로왔는가. 쉼과 성찰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습관적인 여행 또한 넘쳐났다. 그동안의 과잉 접촉, 과잉 유동, 과잉 세계화를 성찰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달라질 모습들이 짐작된다.

올 겨울 코로나19가 독감과 함께 유행 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는 트윈데믹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K방역 전략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K방역은 올 겨울 트윈데믹을 자신있게 맞이할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

우리는 외국에 비해 확진자수가 훨씬 적었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응 했다. 감염 확산을 막는 데는 성공 했지만 계속 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임대료를 감당 못한 자영업자가 늘어났고, 코로나19 뉴스를 접하면 분노를 느낀다는 국민이 4명 중 1명을 넘어섰다.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환자 진료 병상과 인력을 늘려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피로감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식 2단계가 한달 지속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지불한 사회적비용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정부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 언굴이 ‘비정상’인 시대가 끝날 날은 기약이 없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장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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