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성 공무원들 ‘볼멘소리’
남구, 2002년 숙직근무 여성 투입
울주군, 4월 남녀통합당직제 운영
중구 "검토중”…동·북구 “미정”

울산의 기초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과반을 넘어선 가운데, 그간 남성 공무원들이 주로 투입된 야간 숙직 근무를 놓고 여성 공무원도 함께 투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울산 5개 구·군에 따르면, 소속 공무원 남녀성비를 확인한 결과 여성이 과반을 넘었다.
현원을 기준으로 남구가 807명 중 여성이 466명으로 57.4%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았고 중구가 55.82%, 북구 55.48%, 울주군 50.96%, 동구 50.74% 순이었다.
이처럼 구·군에는 여성 공무원 수가 더 많지만 야간 숙직 근무는 여성이 투입되는 곳은 남구와 울주군뿐이다.
남구는 지난 2002년 7월 울산에서 최초로 숙직근무에 여성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남구 관계자는 “당시 여성 공무원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기조에 맞춰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 후 제도를 실시했다”고 밝혔고, 울주군도 올해 4월부터 여성 공무원을 야간 숙직에 투입하는 남녀 통합당직제를 운영 중이다.
다만, 임신하거나 3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공무원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숙직근무에 투입된다.
또 숙직 근무 시 주취자 대응 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3~4명의 근무자 중 남성 공무원 1명 이상이 반드시 함께 근무하는 방식이다.

당직근무는 토·일·공휴일 주간(오전 9시~오후 6시)에 투입되는 일직근무와 야간(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에 투입되는 숙직근무로 나뉜다. 주간 일직근무의 경우 남녀 공무원이 같이 투입되거나 여성 공무원만 투입된다.

현재 여성 공무원을 숙직근무에 투입하지 않는 지자체들은 그 이유로 주취자 대응 시 여성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이를 놓고 일부 남성 공무원들은 볼멘 목소리를 냈다.
A 주무관은 “사실 뭐 별거 아닌 문제일수도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성별을 이유로 숙직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매번 외치는 양성평등과는 다르지 않냐”고 지적했고, B 주무관도 “한달에 한번 꼴로 숙직을 서게 되는데, 혼성으로 함께 투입해 근무한다면 그 주기도 길어지고 주취자 대응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차라리 근무 서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C 주무관은 “종종 여성 동료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육아 문제라든가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D 주무관은 “이 문제를 놓고 여성 공무원들 앞에서 대놓고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남성 공무원들이 불만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면서 “괜히 동료 간 이 문제로 불편해지는 것 보다는 먼저 시행중인 곳처럼 성별 구분 없이 근무를 서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 공무원 숙직근무 투입 문제가 공직사회의 화두로 떠오르자 중구의 경우 현재 여성 공무원의 숙직 근무 투입에 대해 내부 의견 수렴 등 검토 중이며, 동구와 북구의 경우 타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