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技巧) 사법’이라는 말이 있다. 재판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법 기술을 부려 증거와 논리를 짜 맞춘다는 판사사회의 은어다.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판결에 비상식적 논리가 동원되기도 한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 배제 조치를 취한 것은 헌정(憲政)을 문란케 하는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폭거에 해당한다. 헌법상 기소권을 가진 검찰을 총 지휘하고 임기 2년이 법적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이다.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징계청구 혐의 6가지 중 어느 하나도 합리적 수긍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황당한 부분은 윤 총장이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것을 “검찰총장으로서 신뢰 상실”이라고 한 것이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했던 윤 총장을 그렇게 만든 건 추 장관 자신이다. 

감찰은 구체적 비위 근거가 있어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직무정지는 더 확실한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추 장관의 감찰 지시와 윤 총장 직무정지는 아무 근거도 없다. 불법 감찰을 지시해 놓고 감찰에 응하지 않았다며 나가라고 한다. 정작 직권 남용을 한 추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직무정지 발표 직전 추 장관으로 부터 보고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지시했다는 뜻이다.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을 쫓아내고 비리를 덮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시중에서는 차도살인(借刀殺人)에 비유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몰아낸 뒤 윤 총장을 앉히더니 이번에는 법무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정권 보호와 사정기관 장악을 위한 수단을 안가리는 무리수가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곡판아문(曲判阿文)’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판사들이 판결을 굽혀 대통령에게 아부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법무장관의 ‘곡판아문’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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