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원의 중요성 더욱 높아져
천혜의 자연환경 갖춘 태화강 국가정원
자연-도시-사람 이어주는 공간 만들어야 

박태완 울산시 중구청장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식물원이나 수목원, 국가 정원 관람객들의 방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공간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도 사회적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어 선택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집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봉쇄 기간동안 하루 한 번 주어진 산책 시간 중 지역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놀랍게 변화됐다고 한다. 우울한 상황에서도 자연의 변화는 지속되고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공공의 정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새롭게 대두된 것이다.
비단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아니더라도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정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정원 정책 발굴이 절실한 시기인 것 같다.

공업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던 울산이 생태 환경도시를 표방, 환경개선과 녹지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원 도시로의 확고한 위상을 다지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가지는 의미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원 도시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울산의 원도심 중구는 동서로 긴 태화강의 품에 안긴 천혜의 정원도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근대문화유산의 장소·역사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울산의 고유한 콘텐츠를 국가 정원과 연계한다면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문화적 효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

태화강 국가 정원과 마주하고 있는 태화동을 기점으로 이미 골목 정원이 모세혈관처럼 뻗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 주도형 사업이나 전시 행정적인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공모주제의 발제부터 조성 과정과 이후 관리까지 자발적인 주민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도적이라 할 수 있다. 시민참여에 관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마을 정원은 지키고 가꾸는 과정에서 조성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하는 개개인이 나의 정원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며 정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원과 연결돼 사회적 구조에 하나가 되는 인식을 갖게 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정감을 갖게 돼 도시와 커뮤니티를 연결해 주는 계기가 된다. 자발성 속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골목마다 정원이 조성돼 실제 현장에서 시민들이 참여해서 가꾸고 지켜나가는 문화로 정착됐으면 한다.

아파트 생활과 같이 고밀도 고층 주거환경이 우세할수록 점점 더 자연을 동경하는 욕구가 커지는 현실이다. 전래 없는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가 좀 더 자주 좀 더 가까이 요구되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취미생활이 바로 ‘가드닝’이라고 한다. 지친 마음을 반려 식물을 집안에서 키우며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도시 생활에서 이런 가드닝 활동을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바로 가까이 있는 공공 정원에서 가능할 것이다. 단순히 경관 감상이나 물리적인 녹지면적의 확보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과 직접 대면하고 즐기고 나누고 힐링하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이나 미래 세대에 대한 환경교육이 이뤄지는 효과 또한 크다.

정원을 주제로 한 다양한 박람회와 가든쇼, 중앙 기관의 정원 실습 보육공간 조성 프로젝트 등이 연이어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을 가까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정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음을 반영한 행정적 지원이다. 처음 시작은 도시 속의 작은 점적 공간으로 조성된 정원들이 점점 늘어나서 네트워크를 이루게 되면 선이 되고 면이 돼 나아가 정원 도시를 이루게 될 것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서 감동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역할과 환경적인 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갈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의 대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동종 분야간의 협업, 다른 분야와 전문가간의 협업, 전문가와 정책 의사 결정자와의 협업, 전문가와 시민들 간의 협업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행정적 지원이 밑받침돼야 할 것이다. 정원은 윗세대와 미래세대를 이어주고, 자연과 도시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공간으로서 밝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