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현대자동차(주) 생산개발본부 책임

수요기업들과 협업하며 납품 경험 쌓고 실적 확보
양산화 실력 갖춘 경험많은 엔지니어·기업 지원 등
3D프린팅 강소기업 배출 선제적 전략 수립 힘써야

바야흐로 4차 산업의 시대이다. 기업도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AI, 블록체인, 3D프린팅, 융합IT 기술 등 다양한 부문의 신기술들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직접 설계하는 연구부서에서부터 양산을 담당하는 제조부서, 그리고 품질부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산업수도이자 제조의 도시이다. 따라서 우선은 제조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생산 기술의 혁신이 절실하다. 선진국 대부분도 첫 출발은 생산성, 즉 생산기술의 변화에 그 초점이 맞추어졌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4차 산업의 혁신기술 중 3D프린팅이 제조기업의 생산기술을 담당하는 분야에서 볼 때 가장 매력적인 기술이고, 또한 가장 큰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의 보도와 기업에서의 사용성을 고려할 때 괴리가 있고 일부 부풀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3D프린팅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의미 있게 적용되고, 시장이 커지기 위한 시급한 과제를 기업의 입장에서 논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소재이다. 기업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소재를 1:1로 대체할 수 있는 3D프린팅 소재는 제한적이고 제조 방식에 따라 많은 변형을 보인다. 현대자동차 지그설비 부품 중 가장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고도의 형상부품에 3D프린팅을 적용해서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양산화를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수많은 테스트와 검증이 통해 적합한 소재를 찾아야 한다. 무턱대고 3D프린팅으로 기존 부품을 1:1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수요가 반영된 실제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3D프린팅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적화된 소재 개발을 위해서 연구기관, 대학, 3D프린팅 기업, 수요기업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두번째, 전문가이다. 솔직히 실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 제조 현장에 3D프린팅을 접목한 경험 많은 노련한 엔지니어가 많이 부족하다. 그 이유를 짐작건대 실제 수주 실적이 받쳐주지 못해 3D프린팅 강소기업들이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이 부분은 정부나 시에서 적극 지원을 해서라도 기술력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쉽게 퇴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기술이든 처음은 어렵다. 3D프린팅뿐만 아니라 4차 산업 혁신기술 대부분이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 현재 울산시에서 기반구축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더욱 기업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세번째, 꾸준한 양산 경험이다. 지금까지의 3D프린팅은 양산품 실적이 뒷받침되어 주지 못해 단지 기술개발 결과물의 프로토타입 제품들이 출시되어 왔다. 물론 프로토타입의 제품이 의미 없다고는 볼 수 없으나, 언제 양산품에 실질적으로 적용해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다.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고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즉 수요기업의 까다로운 기준에 대한 해결안 도출, 테스트, 양산 검증, 양산 적용, 끊임없는 피드백과 개선 등의 가장 어려운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기업의 참여 없이 3D프린팅 강소기업이 홀로 기획‧연구하여 제품을 양산화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예로 들자면 자동차 제조설비 형상 규제 지그 부품 하나에 3D프린팅을 적용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무수한 테스트, 양산 검증이 이루어졌다. 험난한 길이었다. 그러나 성공의 대가는 크다. 연간 10만개의 부품을 납품함으로써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이루어지고 향후 다른 부품 개발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기업의 실력은 얼마나 실전 문제를 많이 풀었는가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혁신이 분명이 이루어 질 것이다. 4차 산업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고, 또한 경쟁력 상실로 시장에서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수요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납품 경험을 쌓고, 실적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3D프린팅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양산화 실력이 있는 3D프린팅 강소기업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