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울산 고교졸업생 1만2,000여명중
1만여명 ‘대학 진학’…65% ‘4년제’인데
울산대 정원 2,985명·UNIST 396명 불과
청년인구 유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관련 산업·문화도 취약할 수밖에

일부 학과·학부·단과대학 단위 유치
클러스터 개념으로 공동캠퍼스 조성 등
지역산업 연계 치밀한 전략 세워야

지역 청년부족, 청년기업이 떠나는 원인
청년들이 관계맺고 결속력·자긍심 높일
다양한 장 만들고 정책적 뒷받침 필요

 

울산대학교 캠퍼스 전경.

 

2030. ‘청년’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대학’과 ‘일자리’. 울산은 절대적으로 대학이 부족한 탓에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의 상당수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울산보다 도시 규모가 큰 광역시나 수도권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그곳에서 20대의 대부분을 향유하며 ‘관계망’을 구축하게 된다. 그 관계망을 바탕으로 구직·창업활동을 하며 자리를 잡는 청년들이 일자리마저 부족해진 울산으로 ‘U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얼마 남지 않은 울산의 청년들이 다시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해 고심과 함께, 오랜 숙원인 ‘대학 유치’를 위한 보다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캠퍼스 전경.

 

# 캠퍼스 문화의 절대적 부족
대학가를 중심으로 ‘캠퍼스 문화’라는 게 있다. 음악, 미술과 같은 취미부터 취업을 위한 스터디 등 활동은 대학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 앞 상권을 변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2030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다른 대학과 연계하며 확장하면서, 인적 관계망을 넓히게 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가 공유되고, 새로운 활동이 이뤄지기도 한다. 
전국 고등학생의 10명 중 7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대 사회에서 ‘캠퍼스 문화’는 대부분의 청년 세대가 경험하고,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대학가’는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울산엔 딴 세상 이야기다.
울산의 4년제 종합대학이라곤 울산대학교 단 1곳뿐이다. 국립 특수대학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전문대학인 울산과학대학교, 춘해보건대학교를 더하더라도 4곳에 불과하다.
2020년 학교 알리미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울산지역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생 1만2,000여명 중 약 1만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이 가운데 66.5%가 4년제 이상 대학을 선택했다.
울산대 정원 2,985명과 UNIST 정원 396명을 더해 단순히 비교하더라도 대학 진학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청년인구의 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마저도 ‘대학가’라고 부를 만한 곳은 울산대·울산과학대가 위치한 남구 무거동 일원뿐이다. UNIST와 춘해보건대 앞은 대학가는커녕 이렇다 할 상권도 찾아보기 힘들다.

 

울산과학대 캠퍼스 전경.

 

# 미약한 청년 기반의 악순환
대학이 부족하다는 것은, 대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의미고, 대학진학률을 고려할 때 청년, 특히 20대 인구는 ‘가뭄’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울산의 ‘청년’ 세대 중 대학생은 비주류라는 탄식도 허황된 말은 아니다. 이는 청년을 상대로 하는 산업이나 문화 또한 미약한 구조로 이어진다.
유튜브에서 ‘OSSC’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파크엔터프라이즈’는 울산의 청년들이 모여 창업한 콘텐츠 제작 크리에이티브 업체다. OSSC 채널에서는 한국 문화를 경험한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를 보는 한국인의 시선 등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울산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 때문에 지역적 제약이 없어 보이지만, 현실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다.
하이파크엔터프라이즈 김희수(29) 경영지원팀장은 “편집 인력을 채용하거나, 콘텐츠에 출연할 인플루언서나 외국인을 섭외할 때도 울산에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영상전문가 등 인재뿐만 아니라 관련 네트워크도 부족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의 청년 창업 기업들이 이런 현실적 한계 때문에 수도권 등지로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준비물을 챙겨주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연예인이나 유명 크리에이터 등과 함께 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클래스101’은 UNIST 학생 창업 기업이지만,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UNIST 학생 창업 기업 28곳 중 ‘클래스101’을 포함한 7곳의 본사는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에 있다.
울산의 청년 부족은 청년 기업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가 되고, 다시 청년 인구가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춘해보건대 캠퍼스 전경.

 

# 오랜 숙원 ‘대학 유치’… 전략적 ‘접근 중’
울산의 대학 유치는 오랜 ‘숙원’이다. 2000년대 초 울산에 국립대학교를 유치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 결실로 2009년 UNIST가 개교했다. 그러나 정원 396명의 UNIST는 지역의 대학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고, 울산시는 2019년 1월 대학설립 담당 부서를 신설해 대학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새로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울산만 보면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 정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전국적으로는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기 힘들 정도기 때문이다.
인근의 기존 대학을 울산으로 ‘이전’ 유치하는 것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이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학이 지역을 옮긴다는 것은 기존 평가나 가치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앞서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을 반드시 설득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립대 유치 운동 당시에도 울산 유치를 타진했던 대학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울산 청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으로 평가되는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하지만 “대학을 모셔 와야 하는 처지”인 울산시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울산시는 대학의 일부 학과나 학부, 단과대학 등 단위로 유치하는 방안으로 전략을 수정한 상태다. 자동차나 조선, 수소 등 울산의 산업 특성과 연계할 수 있는 대학 학과 등을 유치해 대학과 지역의 경쟁력을 모두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권 메가시티’, 송철호 울산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등과 맞물려 전략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특정 학교 학과에 한정하지 않고 일종의 ‘클러스터’ 개념으로 공동 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 또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광역시인데다 학령인구가 충분하다는 데서 대학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사정과 입장이 얽혀 있기 때문에 유치에 희망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학을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지역의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학과나 학부 등 일부를 이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면서, 인근 대학들에 계속해서 유치나 이전 의사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결속력·자긍심, 울산에 살 ‘이유’가 필요하다
울산 청년들이 ‘울산에 살 이유’를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이나 일자리가 표면적인 ‘이유’라면, 울산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은 심리적 ‘이유’가 된다. 대학이나 일자리를 따라 훌렁 울산을 떠나버리지 않도록, 떠나더라도 언젠가 울산으로 돌아오고 싶은 ‘이유’ 말이다.
청년들에게 ‘울산’을 보다 친근하게 알리고, 청년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망을 확장시켜나가며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부산에서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문화계간지 ‘하트인부산’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 없이 ‘부산을 더 사랑하길 바라며 부산을 소개하고 싶다’는 데 의기투합한 청년들이 2017년 11월 창간호를 발간한 후 최근 14호를 내며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매거진 ‘소신집’이 거의 유일하다. ‘울산의 청년 예술가 한명 한명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소신집은 지역 청년 기획가 3명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한달에 한명의 창작자를 소개하는데, 현재 4편에 걸쳐 3명의 창작자와 소신집 기획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청년들이 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울산에서 살 이유를 찾고 있다”는 김련우(26)씨는 대구 출신으로 2014년 UNIST에 진학하면서 울산으로 왔다. 울산청년네트워크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UNIST에는 해마다 수백여명의 청년들이 타지에서 오고 있는데, 이들이 떠나지 않고 울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대학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청년들이 함께 수시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학 교내의 공간은 폐쇄적이고, 현재 울산 청년센터는 접근성이나 개방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청년센터는 울산의 모든 청년이 편하고 자유롭게, 수시로 이용하면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현재 청년센터를 이전할 계획은 없지만, 청년들의 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거점공간 60곳을 발굴했으며 올해부터 이들 공간을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현욱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장
“과학기술연구단지 조성으로 ‘대학·일자리’문제 해결”

 

울산연구원 정현욱 미래도시연구실장.

지역 전략산업 선정·집중 육성…관련 대학·연구기관 등 유치해
영남권 아우를 수 있는 산업·연구기능 울산에 집중시킬 전략 필요
새로운 도시공간 개발 가능 KTX울산역 일대 서울산권 최적지

‘청년 도시’ 울산을 위해선, 대학과 일자리,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어렵지만, 사실상 유일한 해법. 울산연구원 정현욱 미래도시연구실장은 제2도심으로 도약하는 서울산권에 과학기술연구단지(사이언스파크 빌리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울산은 광역시라는 도시 규모에 비해 대학도, 연구기능(R&D)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연구기능의 70%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동남권이 5~6%, 그 중에서도 울산은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현욱 실장은 울산의 특화된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대학을 유치하고, 연구기능을 더해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의 ‘질’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다. 
“자동차와 조선. 그동안 울산을 유지해오던 주력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렵죠. 울산은 바이오, 수소, 부유식 해상풍력 등 새로운 성장산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울산이 잘 할 수 있는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이 전략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대학, 연구기관 등을 유치해 ‘과학기술연구단지’를 조성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연구단지는 울산만의 연구단지가 아니라, 부산과 경남, 더 나아가 영남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연구단지여야 합니다.”
정현욱 실장은 ‘울산 과학기술연구단지’의 최적지로 KTX울산역 일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산권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산권은 제2도심 체제로 새로운 형태의 도시공간을 개발할 수 있는데다, 이미 연구기능을 갖춘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위치해 있다. UNIST와 반천일반산단, 하이테크밸리산단 일원 3.01㎢에 ‘미래형 전지’를 특화로 한 강소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된 것도 긍정적이다.
정 실장은 올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으로 본격 추진되는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도 ‘과학기술연구단지’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TX울산역을 통한 교통 편리성을 확보하고 있고, ‘주거기능’도 갖출 수 있어 유입된 인구의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과학기술연구단지’가 성립되기 위해선, 대학과 연구기관 유치가 관건이다. 수도권에 맞서는 지역균형발전 방향으로 울산을 비롯해 부산과 경남을 하나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 더 나아가 대구·경북까지의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를 통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정현욱 실장의 조언이다.
“동남권 메가시티,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 등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동남권, 더 나아가 영남권을 아우를 수 있는 산업과 연구기능을 울산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물론 행정적 지원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치적 역량도 뒷받침돼야겠죠.”

 

‘소소한 신념집 : 소신집’ 활동 모습.

온라인 통해 울산서 신념 갖고 활동 젊은 창작자 소개 
소소한 신념집 : 소신집, 울산의 모든 창작자 한명 한명이 주목받을 때까지

“울산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분명 많을텐데, 왜 이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을까.” 
울산의 온라인 매거진 ‘소소한 신념집 : 소신집’은 여기서 출발한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소신집’이란 매거진을 구상하게 됐다는 운영자 이지연(31·여)씨는 수도권에서 대학과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온 이른바 ‘U턴’ 청년이다.
문화기획을 꿈꿨고, 꿈을 찾아 20대의 대부분을 서울과 경기도에서 보냈다고 했다. 울산으로 돌아온 후 2019년 5월에는 마음 맞는 청년들과 함께 ‘9012’라는 문화예술기획팀을 꾸렸고, 그해 ‘골라골라 예술상점’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어떤 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분명 울산에도 각자 소신을 갖고 의미 있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텐데 말이죠. 관심이 부족했거나, 단체에 가려 개개인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죠.”
‘소신집’은 이같은 생각에 공감한 ‘9012’ 기획가 3명의 손에서 탄생했다. 기관이나 단체의 지원 없이 온전히 이지연씨와 서유리씨, 이소영씨의 노력, 그리고 인터뷰에 응하는 창작자들의 배려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소신집’은 매달 1명의 창작자를 소개하면서 현재까지 4편을 이어오고 있다. 언론이 미처 주목하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젊은 창작자들을 꾸준히 알리는 게 ‘소신집’의 목표다.
“‘소신집’을 통해 대중에게 창작자를 알리고, 창작자들이 서로의 능력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면 해요. 젊은 창작자들이 ‘소신집’을 통해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꿈꿔요. 언젠가 종이 잡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지연씨는 고향인 울산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애착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누길 바란다고 했다. 
“울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예요. 더 많은 분들이 울산을 사랑하고, 더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산 청년들의 재능기부로 발간되는 문화잡지 ‘하트인부산’.

‘부산·문화’ 사랑하는 청년들, 발로 뛰며 곳곳의 숨은 이야기 담아내
‘하트인부산’ 글쓰기 모임서 독립출판 매거진까지

부산 청년들의 재능기부로 발간되는 문화잡지가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부산과 문화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직접 발로 뛰어 부산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하트인부산(HEART人부산).
“꿈을 펼치기 위해, 또는 먹고 살기 위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버리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는 김다은(29·여) 편집장은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에 대한 아쉬움과 부산에 대한 애정에서 매거진 하트인부산이 시작됐다고 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부산을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아껴주지 않을까.’ 하트인부산은 매호마다 부산의 한 지역, 그보다 더 작은 ‘골목’,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매거진의 이름에 담긴 부산의 역사(History)와 이야기(Episode), 건축·명소(Architecture), 소통(Relationship), 여행(Trip), 그리고 사람(人)이란 뜻이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작은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청년들이 2017년 11월 창간호를 만들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8명의 에디터 중 인쇄, 편집디자인, 취재와 인터뷰가 능숙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처음엔 그야말로 ‘발품의 향연’이었어요. 구청이나 동사무소, 대형서점에서부터 동네서점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어요.”
지난 3년여 동안 14호까지 발간된 하트인부산은 성장했다. 창간호 당시 5곳에 불과하던 입고서점은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15곳으로 늘었고, 관공서에서도 먼저 주문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200부씩 찍어내던 인쇄부수도 최근에는 300부로 늘였다.
하트인부산 제작은 광고나 협찬 없이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에디터들은 모두 본업을 갖고 퇴근 후 또는 주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취재를 하고 글을 쓴다.
“처음부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분명해서 광고나 지원사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예산 지원도 좋지만, 애써 일군 결과물이 지원처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관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젊은이들의 패기’로 시작했을지도 모를, 매거진 하트인부산. 김다은 편집장은 “부산을 다 돌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도 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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