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상북면 주민들이 지난해 5월 길천일반산업단지 2차 2단계 영종산업 아스콘공장 부지 앞에서 기자재 반입 움직임에 반발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 길천일반산업단지 아스콘 공장 이전 입주를 두고 수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장 건축을 불허한 울주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여전히 거센 현 국면에서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대체부지’ 마련은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영종산업㈜이 울주군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 거부 처분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영종산업은 2016년 산단 활성화를 이유로 규제를 완화한 일명 ‘네거티브(negative·소극적) 분양’으로 길천일반산업단지 2차 부지에 아스콘 생산공장 부지에 대해 울산시와 입주계약을 체결한 뒤, 2018년 1월 울주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울주군은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당시 분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건축허가를 거부했다.
이에 영종산업 측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건축허가’를 입주계약에 따른 부수적인 행위, 다시 말해 ‘기속행위’이며, 환경오염 우려라는 주관적 판단으로 건축허가를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영종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한 울주군은 예산 2,000만원을 들여 공장부지 주변에 대한 환경성 검토 용역을 실시했고, 주변 환경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2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특별감찰을 통해 당시 분양이 이른바 ‘특혜분양’이라며 울산시에 기관경고 처분을 했고, 이같은 자료도 재판부에 제출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울주군이 제출한 환경검토서 중 처분의 중요한 사유로 들고 있는 대기질과 관련해 모든 사업대상지 주변 피해예상지역에서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속적인 민원이나 발암물질 배출 우려 등은 실증적인 연구결과라고 보기 어려워 건축을 허가해 대기환경오염이 초래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울주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2심 모두 패소한 터라 대법원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한 영종산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최종 승소가 확정되더라도 길천일반산단에 선뜻 입주를 결정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울주군뿐만 아니라 송철호 시장 또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아스콘공장의 길천산단 입주’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아스콘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제3의 부지, ‘대체부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미포국가산단 등으로 이전·입주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섰지만,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와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부지를 검토하고 중앙부처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최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기존 산단의 경우 아스콘 공장 설립을 위한 업종 변경(산단관리계획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규 조성 산단에 대해서도 수요와 취지, 성격 등에 부합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에도 대체부지 마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종산업 측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생산공장 건축을 위해 구입한 기자재는 상당부분 훼손됐고, 투자비용에 대한 이자 등 손실액만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해 분양 부지에 기자재를 보관하겠다고 나섰다가 주민들의 항의와 울주군의 가설건축물 축조 신청 불가 통보에 가로막혔다.

영종산업 측은 “하루 빨리 대체부지를 마련해 공장을 설립할 수 있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고, 강영무 길천산단 아스콘공장저지 특위위원장은 “아스콘공장이 길천산단에 입주하지 않도록 한다는 시장님의 약속을 믿고 있다”며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울산시가 대체부지 마련 등 중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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