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공공의료원 설립 국민청원 추진위원회는 14일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공공의료원 설립 국민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우성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드러낸 울산 의료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절실해진 ‘공공의료원 유치’를 위한 여론전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일부 기초지자체 단위의 움직임에 성급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는 “보다 많은 시민들의 한뜻을 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마을운동 울주군지회·바르게살기운동 울주군협의회·한국자유총연맹 울주군지회·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주군협의회·(사)울주군 자원봉사센터·울주군체육회·울주군 농업경영인연합회·울주군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울주군 이장협의회 등 9개 단체는 14일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원이 절실히 필요한 울산 120만 시민들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국민청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울산의 각종 의료 인프라 수준은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권”이라며 “타지역 병원을 전전하며 의료난민으로 살아야 했던 울산 시민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열악한 의료현실의 민낯과 맞닥뜨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위기를 겪으며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의료원의 부재를 처절하게 실감하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울산의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해 정부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울산공공의료원 설립 국민청원 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상 울주군의 관변단체다. 이번 기자회견은 앞서 울산의 공공병원 유치를 꾸준히 주장해온 이선호 울주군수가 직접 추진하겠다던 여론전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군수는 국민청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에 따라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선호 군수는 “울산에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결코 울주군에 유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두고 오히려 여론이 분열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민청원글은 30일 안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는데, 시민의 염원을 가시화하기 위해 시작한 청원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자칫 역효과만 불러올 수도 있다.
실제 북구는 간담회, TF팀 구성 등을 통해 ‘울산 공공의료원의 북구 유치’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공공의료원이 울산에 설립될 수 있을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 과열만 일으킬 수 있단 것이다.

최근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던 울산건강연대 측은 시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건강연대 박영규 대표는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이 얼마나 시급한지 공감하는 기초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나서는 것도 일정 부분 이해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울산시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울산시와 구·군,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범시민추진위원회가 하루 빨리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시민감시팀장은 “공공의료원이 울산에 설립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초지자체가 ‘우리 지역에 달라’고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울산 공공의료원 설립을 희망하는 보다 많은 울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국민청원’에 중·남·동·북구 등 울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군수는 “빠른 시일 안에 군수구청장협의회 등 자리를 마련해 공공의료원 울산 유치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 북구청장은 “공공의료원의 울산 유치가 먼저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울산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시의 입장을 지켜본 뒤 국민청원 지지나 동참을 결정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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