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 역시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일당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한 울산지법 형사2부 유정우 판사는 우리 사회가 고래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로 이같이 밝혔다.

18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형사2부 유정우 판사는 수산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선장 A(56)씨에게 징역 2년, 다른 선장 B(46)씨에게 징역 1년 3월을 선고했다. C(61)씨 등 선원 6명에게는 징역 8월~1년 6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울산 간절곶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2마리를 발견하고 불법 포획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선박 2척에 나눠 타고 고래를 쫓아 몰거나 고래의 퇴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으며, 고래에 작살을 던져 맞춘 뒤 작살에 연결된 밧줄을 이용해 배에 매달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죽였다.
이들이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는 2마리로, 마리당 7,000만~8,000만원 상당이다.
A씨 등은 죽어 있는 밍크고래를 건져올린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어선 항적과 촬영된 영상 등을 토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들이 공모해 고래잡이를 한 것이 명백한데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유사한 다른 사건보다 엄중하게 형벌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정우 판사는 고래잡이가 이른바 ‘바다의 로또’라 불릴 정도로 수익이 최대 1억원 상당에 이르는 반면, 처벌 수위가 벌금형이나 1년 미만의 집행유예형에 그치는 점이 불법 고래 포획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고래 포획 범행은 정상적인 어업활동에 비해 많은 수익이 예상되지만, 처벌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에 그친다는 현실은 범행에 대한 충분한 동기나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피고인들은 동종 처벌 전력이 있는데, 자신들의 범행에 대한 양형을 경험한 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고 체감하고 범행에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생각 하에 다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유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상업포경을 지지하는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선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을 차지하는 고래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를 저지하거나 낮춰줄 중요한 동물이라고 밝혔다.
유정우 판사는 “고래 한마리는 일생동안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가치를 200만달러 이상으로, 현재 바다에 생존하는 고래 전체의 가치를 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또한 산소를 생산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생명체로 고래가 멸종하거나 대부분 사라지면 해양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가속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래가 포획으로 죽음을 당하게 되면 몸 밖으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고도 덧붙였다.
고래 개체수가 늘어 어족자원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래 개체수가 약간 회복되긴 했지만, 상업포경 이전 수준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상업포경 금지가 풀리면 대량 감소가 뻔해 보인다”며 “어족자원의 감소는 고래보다 인류의 남획에 기인한 요인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래 전 형성된 고래 포획 문화에 대해서도 현재와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 판사는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그려진 선사시대 그림처럼 과거 우리 조상을 비롯해 인류가 고래를 사냥해 고기를 취식하고 여러 부위를 생활에 이용한 사실은 존재하지만,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고래를 사냥하는 것과 상업포경을 허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과거 수백년 동안 상업포경으로 개체수가 400만~500만마리에서 130만마리로 줄어든 것만봐도 고래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정우 판사는 “우리가 고래를 보호해야 할 이유는 단지 고래가 멸종위기종으로 도덕적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변화와 위기를 저지해 미래 세대의 인류 생존에 기여하고, 인간이 고래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 같이 지구에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이미 해양환경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고래 등 해양동물의 생존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고래가 바다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 바다는 여전히 인간에게 쓸모 있고 유용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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