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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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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

민주노총법률원 정기호 변호사


인간은 왜 일하는가. 자아실현이라는 측면도 있겠으나 가족을 부양하면서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살기 위해 일터로 나간 노동자 중 출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하루 평균 7명에 이른다. 대표적 향토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457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했고, 작년에도 5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3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청소 작업을 하다가 프레스 설비에 협착돼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 수의 60%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사망자의 대다수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사내하청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고도화된 산업사회이며,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에 이르는 선진국임에도 이처럼 살기 위해 일터에 나갔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계속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를 두가지만 들어보면, 첫번째는 솜방망이 처벌에 있을 것이다. 2008년에 있었던 이천 냉동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노동자 40명이 죽었는데, 법원으로부터 사업주가 받은 처벌은 벌금 2,000만원에 불과했다. 사망 노동자 1인당 5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노동자 죽음이 속된 말로 ‘껌 값’에 불과한데, 어떤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두번째는 산업안전에 관한 결정권이 있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원청의 최고경영자들을 처벌할 수단이 마땅히 없었다는 것이다. 뇌물죄 등으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처럼 ‘나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나 중한 벌금이 부과돼야 최고경영자가 앞장서서 산업재해 예방에 노력을 기울일텐데 그러한 법 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학계,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 10만 입법청원을 통해 최고경영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매출액에 비례하는 벌금 등을 주요 골자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고, 단식농성, 집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1월 8일 여야 합의로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사망이 아닌 중대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법인은 10억 이하)로 처벌하고, 원청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직접적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중대 재해 발생 시 손해액의 5배 내에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중대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물론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야당과 여·야 합의로 법을 제정하다보니 전국 사업체의 79.8%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과 중대 사고재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이나 조선공사 등 ‘발주’ 부분을 법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책임의 주체인 ‘경영책임자’ 정의에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조직 체계상 안전보건이사 내지 안전보건 업무를 위임하는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도 분명히 있는 법이 되었다.
그렇지만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다르게 처음부터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처벌하도록 하는 특별형법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볼 것이다. 법 제정을 계기로 노동부와 검경, 법원은 법 집행을 엄격히 하여 산업재해를 근절하고, 우리 사회도 산업재해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기업 범죄’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만 더 이상 살기 위해 갔다가 죽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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