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울산 사랑’ 유지 훼손 비판 수용
신동빈 회장, 선친 1주기 하루 전 묘소 참배후 울산점 방문 
황범석 대표, 이튿날 철거계획 철회 “안전상 문제 없으면 계속 운영”

   
 
  ▲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7층 옥상에 설치된 공중관람차 야경. 롯데는 공중관람차 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안전상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계속 운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우성만 기자  
 

▷속보=울산의 랜드마크인 롯데백화점 공중관람차는 안전상의 큰 문제가 없는 한 계속 운영된다.
롯데가 최고경영자 결재 없이 공중관람차 철거를 졸속 추진한 탓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가 훼손됐다는 본지 보도(1월 10일자 2면) 이후, 철거 계획을 철회하고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한 거다.
이런 결정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이자 그룹 창업주인 신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이 잠든 울산 고향을 방문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롯데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선친의 1주기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선산의 묘소를 참배한 뒤 롯데백화점 울산점을 방문해 1시간 가량 머물렀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이튿날, 롯데백화점 황범석 대표는 영상회의를 주재해 논란을 자초한 롯데백화점 울산점 영플라자 7층 옥상의 공중관람차 철거 계획을 철회했다. 마침 이 날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1주기여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공중관람차는 울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다, 시민정서로 보더라도 철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안전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경영상 적자를 보더라도 철거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중관람차는 울산 사랑이 각별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향 땅에 랜드마크로 내세우기에 손색없는 백화점을 올리겠다는 마음을 담아 ‘헌사’한 80억짜리 상징물이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백화점 울산점을 짓기 전부터 공중관람차 하중(450톤)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
롯데측이 울산점 개점 이듬해인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 강풍으로 공중관람차의 캐빈 한 대가 본체에서 떨어져 건물 아래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겪고도 공중관람차를 계속 운영해온 것 역시 신 명예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당시 롯데는 공중관람차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총 56대의 캐빈을 42대로 줄였다.
공중관람차 이용료도 개점 당시 1,500원(만18세 이상 2,500원)으로 책정한 뒤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애초부터 영업 이익을 따진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롯데는 지난해 6월, 신 명예회장 1주기도 채 안된 시점에서 울산시와 남구청에 공문을 보내 ‘공중관람차가 2001년 8월 오픈해 울산 랜드마크로 운영돼 왔지만 현재 그 의미가 퇴색해 운영 중지를 결정했다’, ‘울산시와 남구청이 재활용 또는 운영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무상양도)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만약 지자체가 공중관람차를 관광시설로 재활용하지 않으면 철거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롯데의 공중관람차 철거 결정은 최고경영자의 결재 없이 졸속 추진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의 통상적인 결재 방식대로라면 울산점장(부장)-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상무)-롯데그룹 유통BU장(롯데쇼핑 대표이사) 등 3단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공중관람차 철거는 부장급인 울산점장(현재는 교체)이 영남지역장에게 ‘구두 보고’하는 선에서 약식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년간 영업손실이 억대에 이르고 안전상의 우려도 있어 철거하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는 25일 “롯데백화점 전체 운영을 책임지는 대표가 직접 공중관람차 철거 계획을 철회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이는 그룹차원의 공식 결정으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 공중관람차는 높이 79.3m, 지름 76.6m, 중량 450톤이며 4인승 캐빈 42대가 설치돼 있다. 러시아 PAX사가 제작했고, 설치비는 80억원, 내구연한은 따로 없다. 지난해 이뤄진 안전점검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롯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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