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조선문단> 4호에 발표된 고(故) 전영택 선생의 단편소설 ‘화수분’이 있다. 대표적 한국 단편소설로 평가되는 ‘화수분’은 주인공 이름으로 일제강점기 가난한 부부의 사랑과 어린아이의 생명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 소설이다. ‘화수분’은 중국 전설에서 물건을 넣어두면 똑같은 물건이 끝없이 나온다는 항아리다.

중국 진시황때 만리장성을 쌓는데 군사들을 시켜서 황하의 물을 구리 물동이에 담게 했다. 그 물동이에 한 번 물을 가득 담아 놓으면 아무리 오래 퍼내도 물이 줄지가 않았다. 황하의 물에 비 유해 그 물동이를 ‘하수분(河水盆)’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화수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도 있고, 계속 복사복제가 되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새끼를 쳐서 아무리 사용해도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을 물쓰듯 쓰는 사람을 비아냥 거릴때 ‘화수분을 얻었냐’고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치가 예견됐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 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대권 차지 경쟁자들이 표로 맞바꾸려는 포퓰리즘 상품은 전부 국민이 갚아야 할 나라빚이고 기업들에게서 갈취하는 준조세다. 국회를 장악한 여당의원들은 법만 만들면 낙원도 가능한 것처럼 온갖 퍼주기 법안을 마구 발의하고있다.

소득주도성장 등 시대착오적 정책에 골병이 든 경제에 포퓰리즘이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지 않은 길”이라며 “해보라고 해서 하긴 하겠는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우려했을까. 이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화를 내고 “개혁 과정엔 저항 세력이 있다”고 비난 했다.

형편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재정상황을 고려하며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대로 가면 나라 곳간이 무너지고, 투자가 위축되며, 국민의 건전한 경제의식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화수분’ 환상에 빠져 있지는 않나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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