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여성+장애 편견·차별 다 겪어
세상 향해 날갯짓 하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
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돼야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Ring the bells that still can ring(울릴 수 있는 벨을 울리세요) Forget your perfect offering(당신이 꿈꾸는 완벽함은 잊으세요)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어요) That's how the light gets in(그 틈이 바로 빛이 들어오는 곳이구요).

레너드 코헨의 ‘Anthem(송가)’ 노래 가사처럼 세상을 살다보면 무엇이든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갈라진 틈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갈라진 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갈라진 틈의 깊이는 모두가 같지는 않다. 특히 여전히 가부장제도의 유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장애인들은 갈라진 틈의 깊이가 더욱 깊게 느껴질 것이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는 2020년도에 울산지역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여성장애인은 장애인이면서 여성이기에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더불어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까지 겪을 수 있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생활 속 빈곤의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여성으로서 어려움,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의 어려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회에 깊이 남아있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며 상처 난 갈라진 틈새로 들어오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빛을 느끼도록 지원해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하는데 대한 고민으로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를 통해 장애가 있는 여성들이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모임도 있고, 장애가 있는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여성장애인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것들을 앞장서서 대변하는 단체도 있음을 알게 됐다. 장애가 있다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우리사회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여성들의 선택과 결정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날개 짓을 하며 자신의 희망을 담아 소망의 종을 울리고 있었다.

KBS 최초 여성장애인 앵커였던 홍서윤씨가 2016년 출간한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는 책에서 그녀가 혼자서 유럽 7개국을 여행한 후기를 소개했는데, 스위스를 시작으로 혼자서 유럽 7개나라 25군데 도시를 여행했다고 한다. 여행기간동안 기차와 유람선, 스위스 산맥까지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했다는데 전혀 불편함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녀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10세 때 척수장애를 얻게 됐는데, 장애를 얻게 된 이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고민을 하던 중에 ‘장애는 비정상이 아니라, 좀 불편한 것이다.’라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덕분에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다고 한다.

레너드 코헨의 ‘Anthem’ 가사처럼,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원했던 이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벌어지면서 삶의 틈새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특히 장애를 가진 여성들에게 우리사회가 희망을 가득 주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녀들이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어 활기차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들이 가고 싶은 곳에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오늘 이 시간에도 그녀들은 어떤 바람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온전히 기울여 우리가 함께 공감할 수 있을 때 장애가 있는 여성들의 삶에 희망의 빛이 스며들 것만 같다. 2021년 새해에는 울산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커져 나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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