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 발전의 생산 주체인 ‘노동자’
 그들 삶 깃들지 않은 지역문화 미완성일 뿐
 노동자 자존심·긍지가 ‘예술’로 뿌리내리길

 

박경열 (사)울산민예총 이사장

우리사회는 앞만 보며 개발과 성장을 외쳐왔다. 그 결과 경제적 환경은 괄목한 성장이 있었지만 그 대가로 코로나의 재앙을 초래한 환경파괴, 승자독식 구조의 사회가 빚어낸 양극화의 부정적인 현상 또한 심각하게 나타나게 됐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누구나 이해하는 수준의 평가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됐을 때 우리는 그런 사회를 선진 사회라고 말한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제쳐두고 국가적 전체 생산량의 증가만을 칭송하는 사회는 반민주적인 졸부 사회의 수준에 머물고 말 뿐이다. 

현대사회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아래로 부터의 개혁과 변화를 필요로 하며 그들이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발전 가능한 구조로 돼있다. 다행히 우리사회 또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웃나라의 침략도 불사하는 경제대국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따라가는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노동, 시민 각층과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화예술 또한 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거대 자본이 투여된 대규모 행사와 공연을 탈피하고, 세계화라는 화려한 구호 속에 가려진 지역적 독창성과 개성을 찾아내고, 그것이 지역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함께 나누는 다품종 소규모 예술 활동이 다양하게 기획되고 연구돼야 한다. 생산수단 또한 거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구조에서 탈피 해,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개성이 요구되는 방식으로 변화된 지 오래이다. 작은 집단의 주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만이 큰 사회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울산은 문화적 자산이 원래 없는 도시인가? 아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성장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동문제와 환경파괴의 경험과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가 울산이다. 세계 어느 도시보다 심각한 환경파괴와 노동문제를 경험한 도시이고 아직도 그 문제들을 선도적으로 제기하며 위험의 신호를 알리고 있는 도시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고통스러운 절망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정신이 시민들 가슴 깊이 스며있는 도시이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문화적 자산이 된다. 

울산은 문화예술의 중앙 종속화가 심한 도시이다. 경제적 성장에 힘입어 중앙의 문화를 수입하고 베끼기를 반복하며 울산 특유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에는 소홀했다. 개발 독재의 실패한 유산을 감싸 안으며 아직도 생산성으로 포장한 환경파괴와, 노동자계급을 경제적 욕망을 가진 급진 계급으로만 생각해 그들의 문화를 배척한다면 울산은 무엇으로 독창적인 문화를 건설 할 수 있을까. 
울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어디서든 물어보시라. 하면, 환경과 산업이 나오고 노동이 나올 것이다. 그런 현실을 부정하고 시작하는 문화의 독창성은 허울뿐이다. 자기 것을 부정하고, 자기 삶을 평가절하하고 존중하지 않는 곳에 올바른 문화예술이 정착할 수 있는 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런 점에서 울산 발전의 주체인 대다수 노동자에 주목해야 한다. 거짓 없이 땀 흘려 벌어들인 그들의 임금은 고스란히 지역사회 산업생태계 속의 소비로 스며들게 만들었다. 즉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들로 인해 울산이란 도시의 경제활동이 제 기능을 찾게 만든다. 기업들이 수익 대부분을 본사가 있는 서울 또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유출하는 반면, 울산의 노동자들이 땀 흘린 노동 대가는 도시 저변으로 흘러 들어왔다. 

대한민국 산업의 중추가 울산인 동시에 세계 노동 운동사에 우리 노동운동사가 돋보이는 것을 바라봐야 한다. 울산의 노동자들은 세계의 어느 시민들에게 뒤지지 않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 갖은 배척과 왜곡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울산 노동자의 삶이 깃들지 않은 울산문화는 절름발이일 뿐이다. 그들의 자존심과 긍지가 예술로 울산에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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